"이종 격투기요? 안 보죠. 무섭잖아요. 근데 그거 요새 뜨는 주짓수랑은 뭐가 달라요?"
"격투기면 격투기지 이종은 뭐에요?"
"그거 알아요! 사랑이 아빠가 하는 거죠?"
"최홍만이 그거 선수 아닌가? 그건 K1인가?"
"킥복싱 같은 거 아니에요?"
"채널 돌리다가 한 번 본 적 있어요. 룸메이트 됐어요 인가 그거 나오는 남자애가 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였더라. 이재환?"
[홍켄]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Jellypatch 사진보고] "홍빈∙켄 룸메이트끼리, 동네 산책"
▶Who : '빅스 보이즈' 홍빈(22)과 격투기 선수 켄(21).
▶When : 지난 9월 9일, 추석 연휴의 끝무렵.
▶Where :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 주변.
▶What : 홍빈과 켄의 동네 산책.
▶Why : 핫한 예능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로 절친이 된 홍빈과 켄의 등장. 홍빈은 마스크를 써도 아이돌, 켄은 멀리서 봐도 격투가 다운 멋진 체격. 180이 넘는 두 위너의 등장은 주변 시선 강탈.
▶How : 이제 친해진지 몇달 안 된 둘은, 그저 서로가 알고 싶고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 바쁜 일정 사이의 꿀맛같은 추석 연휴에 만난 둘은 신나게 수다 삼매경.
당시 홍빈은 빅스 보이즈의 유럽 투어를 앞두고 새벽까지 빡빡하게 연습을 하던 상황. 켄 역시 세계 3대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를 위해 곧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 같은 동네에 사는 둘은 서로를 만나 긴장감을 풀고 휴식 중. 가볍게 어깨를 다독이며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
<사진= 남궁밥 기자, 정리= 김미숙 기자>
"이게 뭐에요?"
홍빈은 매니저가 건네주는 프린트들을 훑어 보고 피식 웃었다. 이런 건 언제 찍었대? 진짜 대단하다니까. 아, 근데 이 사진은 마음에 든다. 홈페이지 가면 고화질 있나? 별 반응이 없는 홍빈의 태도에 매니저는 한숨을 쉬었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 동성 커플은 보도 안 한다며? 그리고 내가 바보야? 밖에서 스킨쉽하게? 남들이 보기엔 그냥 친구로 보여. 동네 친구."
"니가 어떤 친구한테 이렇게 다정한데?"
"...그건 인정."
"어휴. 자제해라?"
"이거 기사 못 봤어? 둘 다 투어때문에 바쁠 예정이라고. 짬내서 얼굴 한 번 봤는데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
"그 말이 아니잖아... 걸리지만 말라고, 걸리지만. 형 잘리는 꼴 보고 싶은 거 아니지?"
홍빈은 우는소리를 하는 매니저 형에게 대강 고개를 끄덕끄덕해주고 폰으로 젤리패치 홈에 들어가서 자신과 재환의 사진들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재환에게 사진 전송. 보내는 김에 다시 한번 확대해서 본다. 기사에는 각 사진 아래에 '함박 웃음을 짓는 켄', '홍빈은 밤에도 블링블링'과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고 마지막은 '우리 우정 foever'라는 드립인지 진심인지 고민하게 하는 옛날 멘트로 끝을 맺었다. 얼마나 좋은 카메라를 썼는지 밤인 데다가 별로 멈춰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에 흔들림이 별로 없다. 분명 주변을 돌아볼 때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찍은 것처럼 크고 선명하게 찍었다니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홍빈은 왜 이런 기사를 몇 주 후에 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추석 연휴의 짧았던 데이트를 떠올렸다. 날씨도 선선한데 산책이나 하자고 불러내서 걷고 수다 떠는 게 다였다. 그때 모텔이라도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던 거네. 지금은 다행인 거지만 그때는 아쉬워 죽을 뻔했는데... 아, 보고싶다. 재환은 시합과 몸관리를 위해 11월까지 미국에 머무를 예정이었다. 며칠 있으면 내 생일인데. 출국하면서도 자기 시합 걱정보다는 홍빈에게 계속 미안해하기 바빠서 홍빈은 괜찮다고, 정 미안하면 미국 가서 시간 맞춰서 전화나 해달라고 하고 말았지만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사귀게 된 후로 처음 맞는 생일이니까. 유럽 투어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아서 홍빈은 얼른 티비를 켰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소개합니다! 국민 어머니, 인기 아이돌, 뮤지컬 배우, 원조 꽃미녀! 요새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멤버가 누구인지를 암시하는 짧막한 토막 영상들이 이어진다. 홍빈은 심드렁하게 얼마 전에 읽었던 인터넷 뉴스를 떠올렸다. 이번 시즌은 인기 있으려나. 딱 작년 이맘때 즈음 홍빈과 재환은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시즌 1'의 멤버로 참여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오고 이다. 그게 벌써 1년이나 전이네. 홍빈은 소파에 길게 누워 재환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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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빅스 보이즈의 홍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빅스 보이즈는 드라마나 영화에 멤버들을 보낸 적은 있어도 예능에 내보낸 적은 없었다. 예능을 잘하는 멤버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리더인 레오는 숫기 없는 성격으로 유명하고 라비도 작곡돌로 유명할 뿐, 잘 웃기는 하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라디오는 자주 나갔지만 예능은 잘하지 못했다. 상혁이 그나마 예능감이 괜찮아서 정글의 규칙, 월간 아이돌, 워킹맨 등등 여기저기에 꼽사리로 들어가서 빅스 보이즈를 알리곤 한다. 그런데 빅스 보이즈 첫 장기 예능이 상혁도 아닌 홍빈이라니. 홍빈도 라비처럼 리액션이 좋고 잘 웃었지만 예능 감각이 특출나지는 않은 편이라 팬들은 우리 콩이가 꽃병풍+다른 아이돌이나 여자 모델과 러브라인 만드는 걸로 시청률 보증수표가 되기 딱 좋다며 눈물로 습지를 만들 기세로 울었다. 어차피 짜고 치는 대본 예능인 거, 내 새끼가 비지니스적인 마인드로 돈이나 잘 벌면 좋겠다고 말하는 팬들도 많았다. 홍빈은 팬 사이트의 반응을 관음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출연진 보니까 그렇게 맘에 드는 여자도 없더만. 내가 뭐하러 팬덤 깨박살 내는 멍청한 짓을 하겠어? 홍빈은 눈이 매우 높았다. 본인이 키도 크고 몸도 좋고 잘생기면서 예쁘기 때문에 상대를 까다롭게 봤다. 성격과 피지컬,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된다. 얘는 예전에 양다리로 소문 났던 애고, 이 누나는... 이쁜지 모르겠네. 남자쪽도 마음에 드는 사람 한 명도 없고. 그냥 팬 서비스라고 생각해야지. 홍빈은 티저 영상을 위해 숙소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예쁘게, 계속해서 웃었다. 미스코리아마냥 살랑살랑 손도 흔들었다. 첫 만남 때 포스터도 찍는다면서요? 다른 분들이 누구일지 궁금해요. 우리 첫 방송 때 봐요~ 시청자 여러분 많이 시청 부탁드려요~
모자와 맨투맨, 바지, 운동복, 카메라 등의 필수품 및 보여주기 위한 작은 소품들을 담은 큰 트렁크를 돌돌 끌면서 도착한 곳은 판교의 한 모던한 단독 주택. 홍빈은 벤에서 내려서부터 스텝들에게 꾸벅꾸벅 폴더인사를 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홍빈이 스케쥴때문에 가장 늦게 들어온 터라 거실과 부엌에 있던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홍빈을 맞아 주었다. "어서 와요!"
"지금 재환이가 방 혼자 쓰고 있으니까 거기에 짐 풀면 돼. 얘는 왜 안 나오지?"
"제가 들어가서 인사할게요. 어라, 안 들어주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홍빈은 자신의 손가방을 들어주는 연상의 여자 배우분께 꾸벅 인사를 하고 부엌 옆의 방문에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작게 음악소리가 나는 것 같더니 문을 여니까 소리가 배로 크게 들린다.
"어머, 실례했어요. 가방은 여기 둘게요."
"아아! 홍빈씨구나. 미안해요, 얼른 치울게요."
재환이 몸을 일으키자 열기가 훅 끼쳐왔다. 여배우는 재환이 상의를 입고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얼른 방을 나오며 붉어진 얼굴을 손부채질을 했다. 바닥에 운동용 매트를 깔고 맨손 운동을 하고 있던 재환은 수건으로 땀이 흥건한 자기 상체를 닦고 손을 내려보다가 그냥 홍빈에게 웃었다.
"땀 났는데 악수하면 찝찝할까봐... 이따가 씻고 제대로 인사해요."
재환은 자신이 가져온 미니 선풍기를 틀어서 방에 고인 열기를 더 빨리 환기하고 수건으로 매트에 묻은 땀까지 닦고 매트를 둘둘 말아서 침대 옆 구석에 처박은 후에 가벼운 쿨맥스 민소매 티를 걸쳐입고 줄넘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재환씨, 어디 가? 운동하러 마당에요! 홍빈은 트렁크에서 대강 옷가지를 꺼내서 옷장에 정리하고 기초 화장품을 책상에 올려놨다. 롯데리아 모델을 할 때 한정판으로 나왔던 2등신 빅스 보이즈 쿤토이 4개를 화장품 앞에 진열했다. 홍빈 담당 vj가 그게 뭐냐고 묻길래 귀엽죠, 미니 피규어에요^^ 손으로 쥐고 귀여운 척까지 해가며 친절히 설명했다. 그리고 방을 나가서 곧장 재환에게로 갔다. 홍빈은 재환이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땀에 젖어 빨개진 채로 순하게 웃는 얼굴과 그 아래로 떡 벌어진 어깨,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잔근육으로 꽉 짜여진 완벽한 몸. 아까 정신 없어서 제대로 못 봤는데 vj가 잘 찍어놨겠지? 못 찍었으면 그건 직무유기야. 집의 문을 열자 마당 쪽에서 탁탁탁, 줄넘기가 땅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서 홍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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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에어+감상판] ★☆★☆★우.룸.됐.으로 달리는 7번째 불판★☆★☆★
6화 예고편 뜬 거 봤어? 이형네 체육관 놀러갔는데 대박ㅋㅋㅋㅋㅋ 이형이랑 친해졌다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쩐다ㅋㅋㅋㅋㅋㅋ 콩이가 이형 진짜 좋아하나봄ㅋㅋㅋㅋㅋㅋ 하긴 레리다가 잘 안 받아주는 거 알면서도 맨날 장난거는 장난꾸러기인데 이형은 잘 받아주니까 더 신난듯ㅋㅋㅋㅋ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ㄴ아....어디서 형 콜렉터의 냄새가 난다아아아악!!!!
ㄴㅋㅋㅋㅋㅋㅋㅋ그거 어디서 봐?
ㄴhttp://youtu.be/FgfXndwH9MQ
ㄴ고마워♥.♥
ㄴ우리의 이홍침이 저렇게 데레데레하다니.... 낯설다....ㅠㅠ 좀 속상한 건 나밖에 없나봐
ㄴ아냐 나도 좀 그래ㅠ 저렇게 이쁜 모습은 멤버들이랑 있을때만 보여줬으면...
ㄴ레리다도 나름 열심히 받아주는 건데;ㅅ; 콩아 바람 피면 안돼! 바람 ㄴㄴ해!!!
ㄴ아 쫌;; 콩이가 재밌어하면 됐지....
ㄴ날 선 댓글 조심해줘
ㄴ2222무슨 맘인지는 알겠는데 좀만 둥글게 달리자
브라운관에 분당의 주택가가 비춰진다. 그중의 한 집으로 화면이 줌 인 되고 푸른 잔디가 깔려진 마당에서는 9명의 룸메이트들이 저마다 모여서 즐겁게 떠들고 있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네를 밀어주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는 모습을 비춰주고 화면은 집 내부를 보여준다. 아침에 여자들끼리 화장품 얘기를 하는 모습, 남자들이 요리를 하려다가 넘치는 냄비를 수습하는 모습이 보이고 한 명이 거실 티비 앞에서 모두를 부른다. 티비를 켜니 그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티비 속 화면은 곧 진짜 티비 화면이 된다. 그리고 귀여운 글씨체로 제목이 뜬다.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제 6화- 각자의 생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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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은 홍빈이 체육관에 온다는 소리에 설레는 맘을 가라 앉히려고 노력했다. 이 프로에 나오길 잘 했다. 이렇게 좋은 애도 만나고. 처음에 매니저 겸 자신의 전임 트레이너인 학연이 예능을 나가라고 했을 때 스포츠 셀렙으로서 티비에 나온다는 사실에 신이 나면서도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비교적 빠른 나이로 세계대회에 데뷔한 덕분에 격투기 마니아들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데, 혹여라도 이번 예능을 계기로 연예계의 여성과의 스캔들이 나거나 안 좋은 구설수에라도 올랐다가는 티비에 얼굴을 많이 비추면 그 선수는 이미 글렀다는 말이 나오는 운동계에서 몇 년간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학연은 촬영장에서 뭐 먹더라도 초코 대신 프로틴 바를 먹으라고 했고 낮잠을 자거나 놀 거면 누워서 윗몸 일으키기라도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시청자들은 재미없을지 몰라도 선수로서 게을리한다는 이미지가 아니면 된다고 말이다. 재환은 처음에는 그게 뭐야, 예능 나가서 다큐 찍을 일 있어? 하고 웃어넘겼지만 난생 처음 나간 예능이 그렇게 잘 풀릴 리 없지. 게다가 생각해보니 자신은 낯도 꽤 가리는 성격이었다. 조금이라도 낯을 트면 괜찮은데 처음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그 순간을 잘 견디지 못했다. 켄? 격투기 선수랬나? 왜 본명 안 쓰고 예명 쓴대? 연예인도 아닌데 여긴 어떻게 꼈지? 사람들이 하지도 않은 말들이 들리는 기분에 재환은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먼저 온 사람들과 통성명과 인사만 어색하게 한 후에 방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가장 연장자인 트로트 가수분과 함께 집 근처를 한 바퀴 돌며 뻘쭘한 시간을 보낸 후 방에 틀어박혀 운동만 했다. 나는 병신이야. 병신이야... 요새 만나는 사람들이라곤 다 재환이 누구인지, 격투기 선수로서 그가 얼마나 촉망 받는 인재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뿐이라 모두 재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였고 정말 자신을 잘 모르는 낯선 사람과 만나는 건 무척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자괴감이 더 들었다. 내가 왜 예능을 이렇게 쉽게 생각했을까. 난 멍청이야. 기분을 업 시킬만한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마치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러 예능에 나온 것인양 운동만 죽어라 하고 있을 때 홍빈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었다. 처음엔 뭐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나 했었다. 아까 온 사람들끼리 인사를 할 때 여배우분도 봤는데 재환에겐 홍빈이 훨씬 더, 말 그대로 아주 잘 생겨 보였다. 만든 사람이 아주 고심하고 고뇌해서 가장 예쁜 모양으로만 만들어 놓은 얼굴 같았다. 재환은 다시 부끄러워졌다. 진짜 내가 뭐라고 예능에 나온다고 했지? 난 잘생기지도 않고 예능감도 없는데. 지금도 이렇게 멍청하게 운동만 하는데. 재환은 운동하느라 새빨개졌을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며 땀을 대강 닦고 주절주절 뭐라고 변명을 한 후에 방을 나왔다. 마당으로 가서도 할 일이 없어 줄넘기나 돌렸지만.
"운동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 나도 운동 좋아하는데. UFC도 가끔 봐요."
얘기하려고 쫓아 나왔는데 줄넘기 몇 개 하실 거에요? 먼저 말을 걸며 살짝 웃는 얼굴에 숨이 막혔다. 살짝 패이는 보조개가 너무할 정도로 귀여웠다.
"킥복싱 잘하신다던데.. 나중에 가르쳐주실래요?"
재환은 정신없이 끄덕이고 나서야 홍빈의 뒤에 카메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잘 생긴 애가 착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니! 너무 감격해서 격투기를 배우고 싶다는 말이 립서비스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이 진심이라서 재환은 더 기뻤다.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는 기존의 쉐어 하우스 예능 포맷에 살짝 변형을 줘서 룸메이트라는 단짝친구 제도를 도입하고 더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것에 집중한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어서 짝이 된 룸메이트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홍빈은 인기 아이돌, 재환은 격투기 선수. 서로의 직업에 관한 이해도를 높여 각자의 일터에 찾아간다는 특집에 맞추어 먼저 재환이 홍빈이 속한 그룹, 빅스 보이즈가 음악방송 300회 특집을 맞아 특별 무대를 할 때에 맞춰 방송국을 찾아갔다. 이럴 때는 뭘 들고 가야하는지 몰라서 재환은 어색하게 꽃바구니과 간식을 사들고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스태프들이 꽃바구니를 사는 자신의 뒤에서 키득거리면서 웃고있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녕하세요오... 눈치를 보며 두리번 거리자 여자 스텝들에게 둘러싸여 거울 앞에 앉아있던 홍빈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홍빈은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있었는지 앞머리에 빨갛고 파란 집게 핀을 꽂아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쟨 이마선까지 동그랗게 이쁘게 생겼네.
"형! 그게 다 뭐에요?"
예쁘게 웃는 홍빈 앞에선 할 말을 잃는다. 생각해 놨던 말들이 하얗게 날아가 버린다. 재환은 이번에도 횡설수설하며 홍빈의 품에 꽃바구니를 안겨주었다.
"간식만 사오기 허전해서... 사고 나니까 꽃을 받을 상황이 아닌 걸 알았는데, 다시 환불해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가져왔어."
"괜찮아요, 나 꽃 좋아하거든요."
음, 향기 좋다. 홍빈은 가볍게 눈을 감고 꽃바구니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에 꽃가루 묻는다고 코디가 기겁하며 달려와서 떼내는 바람에 홍빈이 꽃향기를 맡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재환은 그때 홍빈의 얼굴을 사진이라도 찍은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림같았다. 재환은 머리에서 땡그렁, 땡그렁 옛날 스타일의 커다란 교회종이 울리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어떡해. 나 아이돌한테 반했나봐.
재환은 몰랐지만 홍빈도 재환에게 관심이 많았다. 원래 홍빈은 자신이 관심이 없는 것에는 최소한의 예의를 제외한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다. 멤버들을 좋아하고 팬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팬들은 잘 몰랐지만 홍빈은 예능에서 룸메이트인 재환을 제외한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과는 딱 티비에서 나왔을 때 친근해 보일 정도의 수준만 유지했다. 덕분에 홍빈의 팬들은 쿠크를 지킬 수 있었고 예능에서 다른 가상 결혼 예능 프로와 대형 커뮤니티의 반응을 염두해서 작가들이 열심히 짜둔 러브라인은 휴지조각이 되어 다른 사람의 몫으로 넘어갔다. 제작진이 홍빈 다음으로 러브라인을 짠 인물은 재환이었다. 키가 크고 잘생긴 데다가 이종 격투기 세계 대회까지 데뷔한 격투기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남중-남고-사체과-체육관 코스를 밟은, 전형적인 여자를 잘 대하지 못한다는 반전이 있는 어수룩한 귀여움이 있는 마초남으로 캐릭터라이징을 하며 여러 여성 메이트들과 엮으려고 했다. 하지만 재환은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여자들을, 특히나 대중들에게 이름이 꽤 알려질 정도로 예쁜 여자들을 대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고 대본에 따라 여자들이 짐을 옮긴다던가, 장을 보러 간다던가 해서 도와주려 하면 꼭 홍빈이 따라 붙었다. 제작진은 열통이 터졌다. 단 둘이 장보기 시키려고 할 때는 엄청 빼더니 남이 둘이 가는 것도 못 봐? 홍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과 재환의 러브라인만 조진다 뿐이지 홍빈은 다른 러브라인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매우 적극성을 발휘하여 분위기를 잘 몰아갔고 분량을 뽑기 위해서 이것저것 게임이나 벌칙을 생각해오는 착한 출연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제작진은 재환과 홍빈을 절친라인으로 묶어서 둘이서만 잘 놀도록 격리시켰다. 신이 난 건 홍빈이었다. 다른 메이트들끼리 핑크빛 분위기를 내며 요리를 하고 게임을 할 때 홍빈은 재환과 마당에서 운동을 하거나 장보기를 핑계로 동네 산책을 다녀오곤 했다.
"와, 형 진짜 잔근육 쩐다."
"형이 페더급이라서 그래. 몸무게 늘까봐 근육펌핑도 잘 못해."
"페더면 66키로쯤인가?"
"응."
"형 키 180 넘지 않아요? 진짜 말랐네."
"그래서 지금 체급을 한 단계 올릴까 고민 중이야."
"와, 자제력 대단하다."
홍빈이 운동 중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몸을 만지거나 해도 재환은 쑥스러울 뿐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처럼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홍빈이 여기저기 몸 곳곳을 만져줬으면 싶었다. 눈치가 없는 재환은 홍빈이 의도적으로 러브라인을 박살낸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저 홍빈이랑 친해진 것이 좋았다. 홍빈이 촬영차 재환이 다니는 체육관에 오기로 한 전날, 홍빈은 평소처럼 재환에게 카톡을 했다.
형형, 나 평소 운동복 가져가면 되요? 민소매랑 반바지?
응 그거면 돼.
신기해. 그 체육관 다니는 사람들은 다 이종 격투기 선수에요?
보통 취미반이 더 많으니까 다 선수는 아니지ㅋㅋ 근데 보통 저녁 때 많이 오니까 촬영 시간에는 선수도 몇 명 있겠다. 그래도 얘기해놨으니까 안 오거나 촬영 구경 오거나 할 거야.
재환은 괜히 두근거렸다. 운동을 좋아하는 홍빈에게 좀 더 멋지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학연에게 내일 트레이닝은 얼굴에 피가 좀 덜 몰리는 걸로 짜달라고 닦달을 하고 확답을 받은 후에 설렘을 안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재환은 새벽같이 일어나 체육관으로 뛰어와 직접 쓸고 닦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안녕하세요,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의 이홍빈입니다."
홍빈이 체육관에 들어서자 재환은 분명 같은 체육관인데도 조금 더 밝고 화사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그건 모두 마찬가지인 듯했다. 촬영 구경 겸 몸 풀러 체육관에 온 선수 몇 명의 표정이 변했다. 이홍빈 진짜 잘생겼다고 말할 때 아이돌이니까 그렇지~라고 대강 넘기던 놈들인데 실제로 보니까 얼굴이 진짜 자기 주먹만 하고 눈코입이 안 예쁜 데가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리고 홍빈은 이 날 재환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확신했다. 재환은 다른 선수들이 홍빈을 보고 감탄하는 것을 보고 과도하게 뿌듯해했고 시종일관 멋진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으며 홍빈이 재환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는 말을 할 때 무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했다. 홍빈은 재환에게 킥복싱 기본자세를 배우고 가벼운 스파링을 했다. 재환은 이미 홍빈이 오기 전에도 오늘 할 기본 훈련을 웬만큼 끝내 놓은 상태였기에 웜업이 다 되어있고 근육이 살아 있어서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반팔 티 아래로 단단하게 잡힌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적나라하게 비쳐 보였다. 솔직히 얼굴도 뚜렷하게 잘생긴 편이지만 이상하게 너무 귀엽고 예뻐 보인다. 웃는 게 예뻐서 그런가. 근데 또 몸은 저렇게 짐승남이야. 딱 내 취향. 홍빈이 곧잘 따라오자 신이 난 듯 재환은 홍빈을 더욱 격려하며 발을 더 빨리 움직였다. 아 저 통통한 종아리 봐. 홍빈은 입에 침이 고이는 느낌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 스파링에 집중했다.
"잘하는데? 응, 거기서 원, 투, 킥!"
"아! 발목 삔 거 같애!"
새파란 매트 위에서 가느다란 발목이 확 꺾이고 홍빈은 영화처럼 제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재환은 펀치미트를 내던지고 홍빈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어디 봐봐. 홍빈이 끙끙거리며 발목을 잡고 아파하자 재환이 호들갑을 떨며 형! 구급상자 좀 갖다줘! 하고 학연에게 외쳤다. 재환은 자기가 다 울 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홍빈의 발목을 살폈고 홍빈이 카메라를 향해 개구지게 웃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장난이지롱!"
"악! 뭐야!"
홍빈은 그대로 재환을 매트 위로 넘어트리며 간지럼을 태웠다. 재환은 뭐야? 장난이었어? 안심하면서도 옆구리와 허리, 배를 간지르는 홍빈의 손길에 웃음 섞인 몸부림을 치며 바둥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운동을 시켜요? 체육관 구경 할겸 형이랑 놀려고 온거지 진짜 운동만 배우러 온 건 줄 아나."
"아하학, 미안, 미안해, 간지러! 하하! 그만!"
홍빈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재환을 누르면서 홍빈은 이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운동으로 몸이 따끈하게 달아올라 있었고 땀이 나서 살갗이 닿을 때마다 끈적하게 문대졌다. 그리고 재환은 자신의 아래에서 깔려 간지러움에 몸을 흠칫거리며 너무 많이 웃어서 힘든지 눈꼬리에 눈물방울마저 달려 있었다. 더 이상 하다간 큰일 나겠네. 홍빈은 순순히 손을 떼며 일어났다. 재환은 바닥에 널부러져서 헥헥거리면서 온 몸을 긁었다.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왜 사람을 놀래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재환은 중얼거리며 홍빈이 내미는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재환의 상기된 얼굴을 보며 홍빈은 흡족했다. 재환의 마음도 알았고 스킨십도 했고 분량도 뽑았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딴 뽕으로 돈도 벌고. 일석삼조였다. 홍빈은 테이프를 갈아야 한다는 vj의 말에 이때다 싶어서 재환에게 물었다.
"오늘 뭐 해요?"
"오늘? 그냥 평소대로 운동하고 그러지."
"그럼 저녁 약속 없는 거죠? 나랑 고기 먹으러 가요."
"고기?"
재환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학연을 살폈다. 다른 운동선수들에 비해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인 데다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학연은 재환 전담 트레이너라기보다는 거의 영양사에 가까웠다. 감량 시즌이 되면 칼같은 칼로리 제한 도시락을 싸주고 간식을 먹나 안 먹나 감시하고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게 했다. 아직 감량 시즌은 아니지만 학연은 평소에도 관리를 해두면 감량도 어렵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재환은 학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홍빈은 제가 밥을 먹자고 하는데도 기뻐하기는커녕 다른 남자의 눈치나 보는 재환의 태도에 열이 오르는 것을 참으며 관대한 척 웃었다.
"정 신경 쓰이면 저 형이랑도 같이 가면 되죠, 뭐."
"정말? 그래도 되까?"
"응, 당연하죠!"
당연히 안되죠.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속으로 핀잔을 주면서도 홍빈은 재환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될까? 대신 되까? 라는 어눌한 발음을 한 것이 너무도 귀여워서 씰룩이며 올라가려는 광대를 필사적으로 눌렀다. 애교가 수준급이야 아주. 엉덩이에 꼬리 달린 거 아니야? 누군가 홍빈의 머리 속을 읽는다면 손사래를 치며 이재환은 그저 180 넘는 장신의 건장한 격투기 선수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재환을 바라보는 홍빈의 눈동자 속에는 이미 핑크빛 하트가 박혀 별처럼 빛나고 있었기에 남들이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학연에게 달려가 이따 고기 먹으러 가자고 말하는 재환의 동그란 뒤통수를 바라보며 홍빈은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홍빈의 하트모양 눈동자는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불꽃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두 분이 같이 사신다구요?"
"네, 이 자식이 어찌나 손이 많이 가는지... 맨날 데리러 가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고 하다가 그냥 집 합쳐 버렸어요."
"내가 모올~ 아니야, 비나. 형이 나한테 어엄청 집착해서 그러는 거야!"
"집차악? 집차아악?? 난 너한테 신경 끄고 싶은 사람이거든! 제발 내가 신경 안 쓰게 혼자서 잘 좀 해봐라. 얘는 감량시즌에 감시 안하면 어디서 뽀시락 거리면서 과자 까먹고 있어요. 지난번엔 화장실에서 먹다 걸렸다니까요?"
"이제 안 그러니까 샤워할 때 벌컥벌컥 문 열고 들어오지마 제발..."
"물 틀어놓고 초콜렛 먹을까봐 그러지."
홍빈은 필사적으로 화를 참으며 더욱 밝게 웃었다. 웃느라 입가가 떨리는 것 같았지만 시발, 일단 웃는 게 중요했다. 아니면 바로 쌍욕을 할 것 같아서. 내가 내 심남이랑 밥 좀 먹겠다고 비싼 돈 처들여가면서 소고깃집에 왔는데 왜 너네 둘의 꽁냥꽁냥 동거 라이프를 들어야 해요? 심남한테 동거남이 있다는 것도 멘붕할 노릇인데(물론 연인이 아닌 건 알지만) 심지어 둘이 너무너무 친하잖아! 질투 나. 질투 난다고! 홍빈이 열이 뻗쳐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내리 칠 것 같은 기분에 고기를 여러 번 뒤집자 학연이 얼른 홍빈의 손에서 집게를 뺏어갔다.
"고기 구울 줄 모르시네. 제가 할게요. 이재환, 너 20번씩 씹는 거 세고 먹어."
엄마냐고!!!
"전 빠질게요, 두 분 재밌게 노세요~"
"같이 노셔도 되는데..."
"저도 눈치란 게 있죠! 재환이가 케익 먹고싶다고 해도 말리셔야 되요, 부탁드려요."
학연은 식사를 마친 후 카페까지 따라와서 홍빈을 다시 한 번 빡치게 했지만 학연은 두 사람의 커피값을 계산해주고 자리를 피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질투깍지를 벗어버린 홍빈은 이제서야 학연이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꽤 잘생긴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해. 지잉지잉거리는 진동벨을 들고 커피를 받으러 간 홍빈은 고민하다가 마카롱 세 개를 샀다. 산딸기 맛, 초코맛, 레몬맛. 커다란 케익보다는 조그만 마카롱이 낫지 않을까? 주문한 마카롱을 얼른 접시에 담아 쟁반에 놔주는 여자 알바생에게 홍빈은 상냥하게 웃어주었다. "고마워요." 알바생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어버버거리다가 서비스에요! 하고 테두리가 살짝 부서진 마카롱 몇 개와 케익을 더 얹어주었다. 이런 거 못 받는다고 거절했는데 알바생은 팬이라서 그런다고 바득바득 우기면서 받아가라고 했다. 홍빈은 하는 수 없이 팬과 함께 셀카 한 장을 찍어주고 그대로 재환이 앉은 테이블로 왔다.
"오잉? 우리는 커피 두 잔 시켰는데?"
"마카롱이 맛있어 보여서 사는데 알바생이 제 팬인가봐요. 안 받으려고 했는데 억지로 더 줬어요."
"아이돌이니까 이런 걸 받는구나. 신기하다. 난 맨날 맛없는 것만 받는데."
"맛없는 거요? 그게 뭐지?"
"우리 체육관 다니시는 할아버지보다 쪼오끔 안 되는 아저씨 한 분이 계신데 그 분은 진짜 운동하러 오는 거 아니고 나 보러 오시는 거거든. 자기는 아들 없다고, 아들있으면 나같을 거라고 나 엄청 좋아하셔. 건강원 사장님이라서 올 때마다 흑염소다 개소주다 뭐다 엄청 바리바리 갖고 온다니까? 정성은 알겠는데 맛없어."
"난 이런 거 많이 받는데. 다음에 형 갖다 줄게요."
"단 거 안 좋아해?"
"이럴 때나 가끔 먹고. 지나가다 사탕있으면 집어 먹는 정도?"
"나는 원래도 좋아하긴 하는데 예전에 다이어트하다가 당 떨어지는 느낌이 나는데 그땐 혼자서 운동할 때라서 제대로 된 몸 만드는 지식도 없어서 그냥 무조건 안 먹으면서 운동해야지 하고 억지로 참다가 진짜 쓰러진 적 있었어. 그 뒤로 단 거 먹고 싶을 때 참으면 괜히 무섭고 그래."
"그거 학연이 형도 알아요?"
"당연히 알지! 그래서 학연이 형이 입으로는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 어느 정도는 봐줘. 물론 그 먹는 것도 대강 칼로리 계산하고 있겠지만..."
"형 진짜 대단하다."
"그치? 학연이 형 진짜 짱이야."
"학연이 형 말고 형이요. 재환이 형."
"응? 나?"
"응. 먹고 싶고 안 먹으면 무서운데 엄청 열심히 참고 있잖아요. 대단하다. 멋지다."
신이 나서 빨대로 음료를 마시며 쉴 새 없이 조잘대던 재환이 입을 딱 다물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자신을 바라보는 홍빈의 눈빛이 너무 다정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눈치챈 게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홍빈은 한없이 다정하고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재환을 보고 있었다. 재환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얘는 아무한테나 이러나. 낯이 뜨거워진 걸 숨기느라 재환은 손을 뻗어 하얀 접시에 예쁘게 놓여진 색색의 마카롱 중 아무거나 손으로 잡아 입에 물었다. 파삭, 표면이 부서지면서 내부의 쫀득한 질감이 느껴진다. 한 입 베어물고 입 주변의 가루를 털면서 오물오물 더 씹으니 침이 닿아 씹을수록 더 쫀득해지는 느낌이라 재환은 눈을 크게 떴다.
"맛있네."
"맛있어요?"
"응, 나는 그 이마트에서 파는 마카롱만 먹어봐서. 진짜 맛있다."
신이 나서 마카롱 하나를 다 먹은 재환은 금방 울상이 되었다. 아직도 마카롱은 5개가 넘게 남아있는데, 색이 다른 걸 보아하니 모두 다른 맛인 것 같은데, 아무리 학연이 없어도 이걸 다 먹는다는 건 못할 짓이다. 물론 홍빈도 먹어야 하니까 다 먹을 수는 없지만 둘이 나눠 먹어도 케익도 있으니 꽤 많은 양이다. 다 먹으면 안 되지 이재환. 아까 고기도 먹었는데. 학연이 형이 믿고 그냥 간 건데... 재환의 눈썹이 아래로 처지고 시무룩해지자 홍빈이 물었다.
"왜요? 맛있다면서. 먹 다보니 별로에요?"
"아니, 다른 맛도 먹어 보고 싶은데 다 먹으면 안 되니까..."
"체중관리 해야 해서?"
"응..."
홍빈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파스텔 노랑의 레몬 마카롱을 검지와 엄지 손가락으로 잡아서 재환의 입에 가져다 댔다. 재환은 반사적으로 앙, 베어 물었다.
"이렇게 한 입씩만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다 먹어요. 남은 건 내가 먹을게."
재환은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려다가 새콤한 레몬 맛에 침이 왈칵 나오는 바람에 도로 다물고 열심히 씹어 넘겼다.
"더럽잖아, 남이 먹던 건데."
"에이, 남한테면 안 그러지. 형이니까."
홍빈은 웃으며 재환의 잇자국이 남은 마카롱을 보란 듯이 입에 넣었다.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필링이 혀에 닿자 상큼한 레몬맛이 입 안 전체에 퍼지는 듯하다. 재환은 자신에게 엄청 끼를 부리다가 마카롱을 먹고 으으, 너무 달아. 눈썹을 찌푸리는 홍빈의 표정을 보면서 웃음이 터졌다. 홍빈이 좋기는 해도 너무 끼를 부려대니까 선수인가 싶어서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홍빈은 그저 잘생기고 자신의 호감을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연하의 남자애일 뿐이었다. 잘생긴 줄만 알았는데 귀엽기까지 하네.
"형이랑 간접키스 하는 거니까 좋은 거야?"
쿨럭, 쿨럭! 네?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린 홍빈에게 휴지를 건네며 재환은 웃었다. 지금까지 너무 휘둘리기만 했어. 이제 연상의 저력을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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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ㅋㅋㅋ이홍빈 또 이형이랑 고기집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주면 룸메 막방이니까 이미 룸메 촬영은 끝난거지? 진짜 친해진 거구나ㅋㅋㅋㅋ하긴 개인적으로 계속 친분 이어가는 것 같기는 했는데 콩이가 딱히 이렇다 할 연예계 인맥이 없어서 신기함ㅋㅋㅋㅋ 목격담 보니까 콩이는 많이 안먹고 이형이 열심히 먹고있대ㅋㅋㅋㅋ경기 전엔 맨날 감량감량 남들 먹는 거 구경만 하더니 감량 끝나서 이제는 막 먹나봉가ㅋㅋㅋ홍빈이 이형 놀리는 맛에 사는 것 같던데 이제 심심하겄네ㅋㅋㅋㅋ
ㄴ이러다 이형 빅티에도 나올듯....
ㄴㅇㄱㄹㅇ
ㄴ하긴 이미 빅봇이 짹에 올려준 사진도 있으니깐^^!
우리 콩이가 여기저기서 사랑 받는 거 보니까 정말 보기 좋다~ 콩아 널 응원해^^*
ㄴ이거 사생 발 정보 아니야?
ㄴ허규ㅠㅠㅠㅠ 그냥 목격담이라고 돌아다니던데?ㅠㅠ지워야되나?ㅠㅠㅠㅠ
원래 잘 웃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요 근래에 홍빈의 입이 찢어질 기세라 멤버들은 홍빈을 한심하게 보았다. 일하러 보내놨더니 연애나 하고 말이야. 그래도 여자랑 안 하는 게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아니, 그렇다고 남자라고 당당하게 다닐 건 뭔데?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홍빈이 연애를 시작한 뒤로 숙소에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 늦어지자 택운이 지적한 적이 있다. 전체 연습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너무 늦게 다니지는 말라고. 그러자 홍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그럼 여기로 불러도 돼?" 너 설마 평소에는 그쪽 집에 가서 놀았냐?
"실례합니다..."
"실례는 무슨 실례야. 형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
"네. 들어오세요."
재환은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숙소로 들어오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새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숙소는 4명이서 빠듯하게 부대끼며 살던 기존 숙소보다 크고 넓었고 1인당 방 한 개씩이 돌아가게 되어 실평수보다 더욱 여유롭게 느껴진다. 소속사 쪽에서는 혹시 따로 살 사람 있냐고 물어봤지만 말이 예전보다 해외 스케쥴이 더 많아진 요즘에 괜히 나가 살면 시간관리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최소한 6년 차까지는 같이 살아요. 막내 혁이의 말에 다들 끄덕였다. 6년이 넘어도 같이 살지도 모르지. 어차피 개인방도 있겠다. 하지만 이 꼴이 보기 싫어서라도 나중엔 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택운이다. 이 꼴이란 숙소에 애인을 데려오는 꼴을 말하는 것이다. 저 새끼, 저거, 어휴. 저렇게 예쁜척하면서 아양을 떨어대는 얼굴을 하면 택운은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지 잘난 거 잘 알고 어떻게 하면 이쁨 받는 줄도 너무나도 잘 아는 홍빈은 본성은 선하지만 변덕이 죽을 끓듯 해서 자기한테 신이 나서 장난을 치다가도 팽 돌아서서 말도 안 거는 아주 지랄 맞은 성격이다. 그 지랄같은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택운에게 애인 앞이라고 발톱을 모두 숨기고 애교를 부리는 홍빈을 봐야하는 건 고문이 따로 없을 정도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리지만 엄연히 홍빈보다는 2살이나 위인 건장한 대한건아를 거의 끌어안고서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보는 홍빈이 징그러워서 얼른 간식거리를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미친 놈. 딱봐도 자기보다 몸도 좋고 키도 커 보이는 구만 아주 물고 빨지 못해서 난리가 났네. 물론 동성애를 욕하는 건 아니다. 그냥 커플 진상의 모든 전형을 다 때려부은 듯한 홍빈의 작태가 눈꼴 시릴 뿐. 저 새끼가 저럴 줄 누가 알았겠느냐마는 여간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택운은 샐러드 먹을 때 같이 먹으려고 사둔 냉동 망고를 접시에 들이 부어 산을 만들고 새콤씁쓸한 자몽 에이드를 얼음잔에 따라 내갔다.
"!!"
"헉, 죄송해요"
"형, 기척 좀 내고 다녀."
택운을 보고 놀라서 밀치는 재환의 손목을 잡고 주둥이를 들이밀고 있는 홍빈의 모습에 택운은 결국 울컥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팬들이 매달리고 싶다고 울부짖는 넓은 등짝을 유소년 국대 출신의 백만 불짜리 다리로 힘차게 깠다. 악! 형이 발로 차면 거의 살인미수인 거 아니야? 시끄러. 죽고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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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도 결국, '우.룸.됐' 하차 "모두가 함께여서 의미있던 시간" 시즌 2는 전원 신멤버로 꾸려질 듯
기사내용 2014-12-21
이종격투기 선수 켄(본명 이재환)이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에서 하차한다.
21일 HBS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제작진은 "켄이 선수생활에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자연스럽게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전했다. 총 20회로 제작된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는 멤버들이 잇따른 하차 의사를 밝히고 최종적으로 켄도 하차를 선언함으로써 멤버 전원이 내달 중순에 있을 마지막 방송과 함께 프로그램과 작별할 예정이다.
이어 제작진은 "시즌 2는 확실히 나올 예정이며 이미 여러 분야의 스타들에게 캐스팅 제의가 갔다"고 전하며 "시즌 2는 더욱 다채로운 캐스팅과 구성을 통해 시즌 1과 비교해도 손색없고 더욱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했다.
이어 황PD는 "켄은 멤버 중 유일한 비연예인이었다. 바쁜 시기임와 익숙치 않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잘 해줬다. 처음엔 낯을 가렸지만 나중엔 누구보다 솔직하게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먼저 다가와 주며 진솔한 소통을 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며 켄을 향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앞서 켄은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열린 'UFC 온 퓨얼 10' 패더급 매치에서 주짓수의 마스터라 불리는 시우바에게 3-0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켄은 UFC 전적 3연승을 달성하며 TUF 13시즌 우승자인 마이클 밀러(28, 미국)를 상대로 마카오에서 열리는 'UFN 30'에서 코메인 이벤터로 출전하게 되었다. 켄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회 준비부터 출전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이종격투기 선수로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격투기 마니아들과 시청자 모두의 호평을 얻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켄의 하차에 "켄의 하차, 정말 아쉽네요", "아쉽지만 UFC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보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고려닷컴>
"와-----!!!!"
정적 후에 갑자기 터져 나온 거대한 함성에 홍빈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현실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만 오천석 규모의 마카오 코타이 아레나를 들썩이게 한 위압감 넘치는 등장부터 재환은 홍빈이 모르는 사람 같았다. 걸음걸이부터 달랐다. 미국이 기대하는 신인 파이터다웠다. 긴장을 했는지 몸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표정에서는 자신감과 패기가 느껴졌다. 재환은 옥타곤에 오르기 전 소속팀의 로고와 여러 응원문구들이 잔뜩 붙은 티를 벗어던지고 탄탄한 몸을 내보였다. 닥터들이 몸에 무기를 숨긴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하고 바세린을 발라주는 동안 재환은 팔을 가볍게 돌리며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양팔 뒤편에 새겨진 한글 레터링 문신이 드러났다. 재환의 팬들은 그가 주먹을 내지를 때 잔상처럼 보이는 문신에 전율하곤 했다. 홍빈은 자신의 주먹을 질끈 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옥타곤을 둘러싼 케이지를 보았다. 이건 정말 닭장에 수탉 두 마리를 가둬놓고 싸움 붙이는 꼴 아닌가. 재환의 이전 경기야 다 이긴 경기이기 때문에 볼 때 마음이 편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자극적이고 재밌는 경기를 바라는 이 상황에서 홍빈은 홀로 복잡한 마음이었다. 재환이 이기길 바라지만 얻어 터지고 만신창이가 될 바엔 빨리 지는 게 나을 것 같았고, 그래도 재환이 그렇게 열심히 감량하고 훈련해가며 준비한 경기인데 이겨야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래. 자책하던 중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채 1라운드, 즉 5분도 되지 않아 재환이 승리를 거뒀다.
"뭐야? 재환이가 이긴 거야?"
"그런 것 같은데요? 뭐지? 벌써 끝나도 되나?"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재환 연타로 날린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라이트 로우킥이 마이클의 몸에 정확히 꽂혔을 때부터 승기는 이미 재환에게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두터운 근육보다 잔근육이 몇 겹으로 쌓인 재환의 얇은 몸이 마이클의 회심의 백스핀 엘보를 피하고 반대편 팔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자 게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재환은 맥없이 쓰러진 마이클에게 올라타 쉴 새 없이 파운딩을 퍼부었고 래프리가 달려와 재환을 떼어냈다. 와아악!!! 재환은 양팔을 하늘로 뻗어 휘두르며 케이지 위로 뛰어올랐다. 케이지에는 이미 학연과 다른 팀원들이 매달려 환호하고 있었고 재환은 그들에게 달려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재환은 옥타곤 위에서 방방 뛰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홍빈을 향해 주먹에 키스를 담아 날렸다.
"....그래, 잘 했어."
빈이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형은 내 걱정 같은 거랑 상관없이 강하구나. 내가 내 애인을 너무 과소평가 했네. 진짜 멋있다, 내 애인. 다시 반했어. 래프리가 재환의 손목을 잡아 올려 TKO를 선언했고 재환은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는 얼굴로 승리의 소감을 말했다.
"마카오까지 같이 와서 응원해준 이종 격투기 팬분들, 사랑하는 메이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재환의 외침에 아레나의 모든 관중이 열광했다. 재환은 학연이 씌워준 스폰서 마크가 크게 붙은 비니를 벗어서 휘휘 흔들며 흥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다. 옥타곤 위에서 팀원들과 수 십 장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재환은 케이지를 내려와 룸메이트 멤버들에게 손을 흔들며 대기실로 오라고 손짓을 하며 퇴장했다. 재환은 퇴장 내내 웃는 얼굴이었고 자신에게 손을 뻗는 격투기 팬들의 손바닥에 짝짝! 불이 나도록 격한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재환아! 축하해!!"
"다들 코마워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학연이 생수를 머리와 등에 뿌려주어 열을 식히던 재환이 몸을 일으켜 반갑게 웃었다. 그저 평상시에서 티 하나를 벗었을 뿐이라기엔 몸의 위압감이 달랐다. 숨을 고를 때마다 꿈틀거리는 근육은 경기 직후라서 그런지 하나하나 개별의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였고 송글송글 맺힌 땀과 그 위를 타고 흐르는 물이 영화처럼, 아니 영화보다 더 멋졌다. 재환이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몸을 닦자 여자 멤버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홍빈은 괜히 나서서 재환의 뒤로 가 머리를 털어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며 여자들을 살짝 노려봤다. 재환은 학연이 건네는 이온음료를 마시며 카메라를 향해서 웃었다. 피디는 시청자들을 위해 승리과 함께 이번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생각보다 격투기가 엄청 과격한 건 아니에요! 힘이 세기만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거든요. 보셨겠지만 일어서서 주먹으로도 싸우고 발로 차기도 하고 바닥에서 구르기도 하잖아요. 하나만 세서는 절대 못 이기거든요. 기술도 진짜 많구요. 오늘 상대 선수가 했던 백스핀 엘보는 몸을 회전하면서 팔꿈치로 가격하는 기술인데 잘 들어가면 한 번에 KO 당할 만한 위력이 있지만 아까처럼 제가 피해버리면 너무 허점이 많죠. 잠깐 물 좀..."
재환은 다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말을 이었다.
"여튼 너무 야만스럽기만한 스포츠는 아니에요.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서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노력한 선수들과 맨몸으로 자웅을 겨루는 건 진짜 짜릿한 거거든요. 요새는 여성분들도 많이 하시니까 지금 이 경기를 보신 분 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바로 근처 체육관에 연락하세요! 관장님들이 좋아하실 겁니다. 격투기 팬 여러분 빨리 저를 칭찬해주세요 꾸잉뿌잉~"
두 주먹을 양 볼 옆에 대고 돌려가며 윙크를 하는 모습에 재환의 팀원들과 멤버들, 제작진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홍빈도 "아 뭐야~ 이 형은 꼭 멋있을 때 이러더라." 콩침을 날려가며 웃었다. 하지만 재환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자랑스러움과 애정이 가득했고 재환도 마찬가지로 홍빈을 향해 쑥스러워 하면서도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홍빈은 작년 그 경기를 떠올리며 이번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역시 시즌 1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늦봄에 했던 시즌2는 주축이 되었던 참가자가 작지 않은 폭행사건을 일으키며 흐지부지 조기종영을 했고 이미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서 아무도 시즌 3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란 게 방송 관계자들과 시청자들 모두의 예측이었다. 그래도 시즌 1이 꽤 성공을 거뒀으니 그 포맷을 버리기는 아깝겠지. 게다가 시즌 1에는 홍빈과 재환의 케미 좋은 청춘 게이물의 탄생 외에도 내숭없이 친해진 여자들끼리 놀다가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들과 귀엽고 간질거리는 연상연하 러브라인까지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다른 포인트에서 재미를 느꼈다. 예능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서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그만큼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느껴져서 빵 터진 프로였던 것이다. 시즌 2의 실패 후에 시청률을 의식하고 내놓은 화려한 출연진의 시즌 3이 얼마나 재밌을지는 출연자들에게 달렸다. 홍빈은 진심으로 즐겁게 촬영했다. 초반엔 재환 외엔 마음을 잘 놓지 않았으나 재환이라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보여줄 상대가 생기니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날카로운 예민함이 한결 누그러져서 사람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물론 출연자들이 모두 착했던 것도 있지만. 출연자들은 번호를 바꾸거나 하면 꼬박꼬박 단톡방에 번호를 올리곤 하며 계속 인연을 이어나갔다. 한 달에 한 번쯤은 만나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생일 겸해서 모이게 될텐데 재환이 없으니 언제나 즐겁게 나가던 모임조차 가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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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VIXVOYS @RealVIXVOYS
나는 빅봇이다. #빅스 보이즈 대원들의 홍빈 대원 생일축하 현장 모습이다. 콩대원의 24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HAPPYBIRTHDAY_KONG
"궁상떨지 말고 얼굴 좀 피고 밖에 나가 놀아. 어제 형이 시간 맞춰서 전화도 해줬잖아."
"형이라고 부르지 마. 재환씨라고 불러."
"지랄은... 약속 없냐? 놀아줘?"
"이따가 밤에 만날 거거든? 혼자 우울을 즐길 거야, 시발... 애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허이고, 니가 이러고 있는 거 알면 형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나 편의점 가는데 올 때 뭐 사다줘?"
"이재환이 좋아하는 킷캣... 박스 채로 사와. 감량하느라 못 먹을텐데 내가 대신 먹어줄 거야..."
"지지리궁상이다, 진짜."
원식은 생일에도 집에 처박혀 궁상을 떠는 홍빈을 보며 연애를 하더니 애가 병신이 됐어. 혀를 차며 문 밖을 나갔다. 홍빈은 원식이 사다준 킷캣을 오물오물 씹어먹고 아이패드에 잔뜩 저장해놓은 재환의 사진과 캡쳐를 보내며 시간을 보내다가(부모님과 누나들과 통화도 했다) 저녁 약속시간이 가까워지자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재환이 없다고 후줄하게 하고 나갔다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니까 오늘 하루 엄청 재밌게 지낸 사람처럼 멋지게 하고 나가야지. 아, 의미 없다. 홍빈은 천 쪼가리를 입어도 태가 나는 몸에 재환이 선물한 짙은 회색의 청키한 니트를 입고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틈 없이 하체에 달라붙는 블랙 롤업 진에 두 다리를 끼워넣었다. 톤 정리만 할 요량으로 적은 양의 비비만 펴바르고 손바닥에 왁스를 적당량을 떠서 비벼 머리칼을 한쪽으로 쓸어서 반쯤만 넘겨 적당히 고정했다. 외출준비는 샤워시간을 포함해서 3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현관 앞 전신거울에 비치는 홍빈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물 마시러 나왔다가 겸사겸사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던 원식은 속으로 욕을 했다. 아까 그 찌질한 순간들을 한순간에 표백시킬만한 잘생쁨이다. 나쁜 새끼, 끔찍하게 잘났네.
"다녀올게."
"잘 놀다 와. 술 마셔서 데리러 가야 되면 전화하고."
"차 안 가져 갈라고."
"그래, 택시 타."
1차는 저녁 식사를 하며 간단하게 와인을 마시는 걸로 했다. 미리 예약해놓은 이태원의 와인 다이닝 바에서 스테이크를 얌스톤에 구워 먹으며 와인을 마셨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난다지만 여름에는 워낙 공연이다 휴가다 일이 많고 다 같은 연예계 종사자라고는 해도 직업의 소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스케쥴이 들쭉날쭉해서 이렇게 다 모이는 것은 거의 3달만이었다. 물론 재환이 없었기에 모두 모인 것은 아니지만 매번 2명 이상이 빠지곤 했어서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다. 2차로는 본격적으로 술을 마셨다. 호텔의 적당한 크기의 파티룸을 빌려 미리 주문해놓은 파티 케이터링으로 세팅된 디저트와 안주를 먹으며 맥주와 양주를 식도에 들이부으며 스크린에 '우리 룸메이트 됐어요 시즌 1'을 띄워놓고 깔깔대며 웃었다. 와, 저거 우리 어색한 티 엄청 나! 저때 나 너 좀 이상하게 생각했던 거 알아? 언니는 뭐 안 이상했던 줄 알아요? 정말 친한 사이기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오갔다. 그러다가 누나가 폰을 두드리다가 물었다.
"어쩜, 홍빈이 너는 생일파티에 케익이 없는데 섭섭해 하지도 않니?"
"어? 몰랐어요. 진짜 그러네? 아까 축하받았으니까 딱히 신경 안 썼지. 내가 오늘 케익 못 먹은 것도 아니고."
"누나는 케익 없는 거 미안해서 지금 얼른 사오게 시켰는데. 넌 눈치도 못 채고."
"에이 뭘 또 사와요. 여기 먹을 거 많은데."
"준다고 할 때 받아. 이거 보통 케익 아니야."
"뭔데 그래요?"
똑똑, 케익 도착했습니다. 파티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낯익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너무도 보고 싶던 얼굴의 등장이다.
"오래 기다리셨죠? 케익 배달 왔습니다!"
"이재환!"
"재환 오빠!"
재환이 활짝 웃었다. 마음 한 켠에 처박아두었던 작은 섭섭함까지 모조리 펴버리는 환한 웃음이었다.
"빈아, 생일 축하해."
애인이 뭐라고. 엄마랑 통화하면서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라고 말할 때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핑 돈다. 홍빈은 주책 맞게 울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 떴다. 자기 취향에 맞게 보기만 해도 눈이 설탕이 묻어나올 정도로 달달해 보이는 새카만 마틸다 케익을 손에 들고 온 재환은 케익에 촛농 떨어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얼른 얼른! 촛농 다 떨어져요! 아까 노래 불렀어요?"
"아니, 너 오면 같이 부르려고 아껴뒀지."
"이제 조금있으면 12시 되요! 얼른 불러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홍빈이~ 생일 축하합니다~ 팡팡, 작은 폭죽들이 산발적으로 터지고 홍빈은 후우우,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촛불을 끄면서 얼른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꽤 오랫동안 소원을 비는 모습에 다들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홍빈의 생일을 다시 한 번 축하했다.
케익을 나눠 먹고 한 시간이 넘게 더 수다를 떨며 논 뒤 파티는 파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들 집에 들어가 봐야 한다며 재환과 홍빈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둘이라도 따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잘됐네. 홍빈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환의 곁이 바짝 붙어 앉아 한결 더 험해진 재환의 손을 잡고 쓰다듬었다.
"어떻게 왔어?"
"시합까지는 며칠 시간 있으니까."
"그래도 컨디션 관리해야 되잖아."
"나 잘해, 애인 생일 챙겨줄 정도는 돼."
"그래도..."
"괜히 좋으면서 그런다."
재환은 거침없는 홍빈에게 많이 휘둘리는 편이다. 외관이나 격투기 선수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재환은 홍빈을 어떻게 다뤄야 할 줄 몰랐다. 그냥 보통 남자처럼 다루기엔 애인이고 그렇다고 여자처럼 대하기엔 남자고 평범하게 대하기엔 너무나도 잘 생긴 아이돌이다. 그래서 재환은 언제나 홍빈에게 솔직하기로 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기, 지금의 기분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돌려 말하지 않기. 그런 재환의 모습에 홍빈이 기뻐하면 자신도 좋았다. 재환은 미안해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홍빈을 보며 자신도 기뻐서 활짝 웃었다. 오길 잘했다. 그러다 아까 소원을 빌던 홍빈이 생각났다.
"소원 뭐 빌었어?"
"뭐일 것 같아?"
"음... 이재환이랑 평생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난 현실적인 사람이야."
"얼씨구, 그래서 뭔데."
"말 안 해.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소원이 안 이루어지잖아."
"와, 엄청 궁금하게 해놓고!"
홍빈은 소리 내어 웃으며 재환을 끌어안고 폭죽과 쿠키 부스러기가 뒹구는 넓은 소파로 쓰러졌다. 가장 기쁜 생일이다. 홍빈은 생일날 언제나 갖고 싶은 선물을 받았고 그 선물은 언제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생일선물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 걸. 미국에서 날아온 선물이라니. 홍빈은 소설 속의 행복감으로 온 몸이 따뜻해진다는 표현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아, 하고 싶다.
"...오늘은 못 하지?"
"못하는 게 어딨어. 하자."
"내일 몇 시 비행기인데?"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눈앞에 나 있는데 집중 안 할래?"
재환은 화를 내는 척하며 홍빈의 코를 앙, 깨물었다. 사르륵 눈을 휘며 웃는 얼굴은 순하기만한데 머리칼을 헤집으며 뒷목을 느릿하게 문지르는 손길은 뜨겁고 끈적하다. 홍빈은 감량 때문에 홀쭉해진 뺨을 쓰다듬으며 한층 더 깊어진 쇄골에 입술을 묻었다. 이제 한 손으로 벨트를 푸르는 건 일도 아니다. 재환은 곧 있을 시합때문에 자신이 들고 온 새카만 초코 케익을 입에도 대지 못했다. 홍빈은 다른 이들이 먹다가 남긴 케익을 한 손으로 푹 떠서 자신의 입술에 묻히고 웃었다.
"이거 먹고 운동하자."
"...먼저 지치지나 마."
재환은 도톰한 입술로 홍빈의 입술을 삼켰다. 깊게 키스할 수록 미처 삼키지 못한 초코렛이 입술 주변에 찐득하게 뭉개졌고 두 사람의 몸도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
홍빈은 티비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기도하듯 작은 두 손을 꼭 모아쥐었다. 품에는 자기 없는 동안 끌어안고 있으라고 재환이 선물해준 펭귄인형이 긴장으로 잔뜩 힘이 들어간 몸때문에 찌그러져 귀여운 이목구비가 일그러졌다. 티비 속 재환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지만 둘 사이는 너무도 멀었다. 만 키로미터가 넘는 서울과 라스베이거스의 거리. 애써 입꼬리를 올리지만 잔뜩 긴장한 얼굴은 평소와는 다르다. 1 라운드는 팽팽한 공방전, 2 라운드는 다행히 재환이 상대를 잡아 눌러 바닥에서 엉겨붙어 구르며 누적되는 무거운 펀치를 사이좋게 주고 받았다. 상대는 재환보다 랭크도 높은 미국 본토 출신의 인기 격투기 선수.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이지 못하면 아직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한 재환이 심판들에게 불리한 판정을 받을 게 뻔하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육감적인 몸매의 옥타곤 걸이 마지막 3 라운드라는 걸 알려준다. 고작 15분도 안 되는 경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 심장을 떨리게 하는지. 상대 선수는 재환의 머리 하나는 더 작은데 몸은 배로 두터워서 펀치가 잘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결정타는 먹지 않았지만 둔탁하게 때려맞아 지치고 초조해 보이는 재환의 얼굴이 마치 끝이 뾰족한 바늘처럼 심장을 콕콕 찌른다. 마지막 2분이 남은 시점이었다. 재환은 으아아! 크게 소리를 지르며 긴 팔을 뻗어 상대방의 목을 잡아 채서 몸의 균형을 흐트러뜨렸다. 비틀거리는 상대를 케이지로 몰아붙여 무릎으로 몸의 코어를 가격하며 양 주먹으로 빠르게 파운딩 폭격을 날렸다. "그래, 그래! 잘 한다! 미친, 존나 쩔어!" 화면으로 지켜보는 홍빈은 물론 지금까지 지루한 경기를 보여준 것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파이트에 신이 난 관중들이 경기장을 우레와 같은 환호로 가득 채웠다. 재환은 여세를 몰아 쓰러진 상대 위로 올라타 웅크린 몸을 난타했고 결국 심판이 래퍼리지 스탑을 외치며 재환의 승리가 선언되었다. 홍빈은 안도로 힘이 쫙 풀렸다. 눈물이 핑 돈다. 이렇게 잘할 거면서 왜 걱정을 시켜. 홍빈은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 재환의 승리를 알렸다. 다들 재환이 홍빈의 생일파티에 오느라 무리해서 컨디션 난조가 오지는 않을지 걱정했기에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승전보에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홍빈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시합과 며칠의 텀이 있어도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공항에서 허리를 통통 치며 출국하는 재환을 보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미국까지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어쩌자고 어제 무리를 시켰을까 후회도 했다.
"형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지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 그럼 이기는 걸로 너 걱정 안 하게 해줄게."
자신있게 말하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진짜 이겼어. 가슴이 벅차온다. 나도 미국에 갈걸. 저 공간에 함께 있을걸. 작년 말,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재환을 향해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분명히 재환과 자신과의 거리는 아주 멀었는데도 노래를 부르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환에게도 그런 기분을 선물하고 싶다. 형이 빛나는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나를 봐주었듯이 옥타곤 위에서 승리를 거머쥔 형을 바라보고 싶어.
재환은 다 터진 입술을 열어 마이크에 승리의 소감을 말했다.
"...챔피언이 될 때까지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UFC 팬 여러분과 저희 팀,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제 연인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홍빈의 소원은 소박했다. 다음 생일도 이재환과 함께 보내게 해주세요. 평생을 기도하기는 무섭다. 사람의 마음이란 언제, 어떻게, 어떤 계기로 변할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1년씩, 매년 같은 소원을 빌기로 했다. 작년에도 함께였다. 올해는 안될 줄 알았는데 함께했다. 그러니 내년도. 내후년도. 아주 먼 후일까지 그렇게 함께 있고 싶다고. 그런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재환은 큰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사람이다. "봤어? 너 이름 부르려다가 그건 너한테 못할 짓이라 참았어." 재환은 경기가 끝나고 홍빈과 통화를 하며 크게 웃었다. 기분 좋은 흥분감으로 몰아쉬는 숨결이 귀에 닿았다.
"챔피언 되면 진짜 말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언제쯤 챔피언이 될 예정인데?"
"글쎄? 음.. 10년 안에는 되지 않을까? "
"10년? 너무 길어. 그때까지 만날지도 모르는데."
홍빈의 투덜거리는 말에 재환은 화를 내기는커녕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홍빈이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반사적으로 심술 궂은 말을 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재환은 자신 있게 외쳤다. 재환은 힘들어하고 징징거리면서도 세운 목표를 언젠가는 이뤄내는 사람이기에 홍빈은 행복해졌다.
"남자라면 꿈은 크게 가져야지! 우리 평생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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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님과 풀었던 썰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시간이 왔다갔다하면서 썼는데 헷갈리신다면 제 불찰입니다 어흐흑ㅠㅠㅠㅠㅠㅠ
약한 켄도 좋지만 기본적으로는 멋진 켄이 좋아요♥
멋진 케녕이 사랑스러운 홍빈이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홍케에에엔!!!!!
홍빈아 생일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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