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빈이 생일 기념 리퀘 소설
for. 워터님
"그 꽃이 영양이 필요하니까 거기다 거름 주면 돼."
"거름이 아니라 비료야."
"니가 거름같은 거라며."
"거름같은 거랬지 거름은 아니라니까!"
"내가 알 게 뭐야."
재환은 담장에 앉아서 발을 달랑거리며 흔드는 홍빈을 째려봤다. 꽃나무에 비료를 섞은 흙을 뿌려 땅을 삽으로 살살 흐트러트린 후 발로 너무 강하지 않게 밟는다. 작은 화단에도 줘야지. 재환은 후드 주머니에 넣어온 노오란 영양제들을 까서 뿌리 주변에 푹푹 꽂아넣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 주변 꽃시장에 가서 둘러보다가 개별 포장이 편할 것 같아 이걸로 샀는데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대용량이 훨씬 쌌다. 조금 귀찮더라도 어차피 한 번 주고 말 거 아니니까 이거저거 상품 비교를 해보고 사야겠다. 사람은 비타민 원산지까지 따져가면서 먹는데 식물이라고 뭐 다를까.
"그래, 지금부터 잘 가꾸면 내년엔 꽃이 더 크게 필 거야."
"야, 넌 꽃 피면 구경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안 도와주고 입으로만 쫑알쫑알 대고."
"내가 쫑알거려야 니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떼지."
하여간, 말은 잘 해요. 재환은 투덜거리며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주변 공사 소리에 새벽에 깬 김에 나온 거라 원래 기상시간보다 훨씬 일렀다. 홍빈도 재환의 뒤를 따랐다. 흙바닥 사이로 채도가 낮은 타일들을 모자이크처럼 깔아놓은 출입로를 따라 들어간다. 쓰레빠가 바닥을 직직 끄는 소리가 들린다. 신발 소리는 한 사람의 것뿐이다. 홍빈은 맨발이었으니까. 홍빈은 신발이 발을 가두는 것을 갑갑해서 잘 견디지 못했다. 옷도 현대식으로 입히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가까스로 맨투맨에 통이 넓은 츄리닝을 입혔지만 그것도 벗고 다니기 일쑤다. 하지만 재환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만든 관습과 유행을 이해하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니까.
"야, 김서방. 나 아침으로 메밀묵."
홍빈은 도깨비다.
[홍켄] 도깨비 씨름잔치
재환은 부모님을 원망했다. 자신은 그저 작년 겨울에 계약한 자취방이 습기가 너무 심해서 올여름에 천장에 곰팡이가 잔뜩 생겼다고 우는소리를 한 것뿐이었다. 부모님은 그럼 새집을 구할 때까지만 집에 와 있으라고 하셨다. 출퇴근 거리는 좀 멀어지지만 돈 굳히는 셈 치고 짐을 싸서 집으로 들어가니, 아뿔싸. 우리 귀농한다. 부모님은 재환이 집에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에서 같이 농사나 짓고 살겠다고 하셨다. 재환이 좋아하는 고기가 잔뜩 들어간 엄마표 김치찌개를 먹는 중이었다. 재환은 사레가 들렸다. 콜록콜록, 네? 뭐라구요? 우리 짐은 이미 거기에 다 보내놨으니 남은 건 버리든지 마음대로 해라. 집 관리 잘해라, 집은 해줬으니 우리 할 도리는 다했다. 그 집 가지고 결혼할 여자 얼른 만나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셨다. 재환은 어안이 벙벙했다. 갑작스럽게 떠맡은 집은 2층짜리 오래된 양옥 주택. 3년 전에 아버지가 퇴직하시고 구입해서 두 분이서 여기저기 뜯어고치고 보수하고 마당에 나무와 꽃을 심어 제법 그럴듯한 예쁜 집이 되었지만 원예라곤 고등학교 때 화분에 물 주는 게 마지막이었고 집수리라곤 화장실 수챗구멍에서 머리칼을 끄집어내고 방충망을 달아본 게 다인 재환에게 집 관리란 너무나도 막막한 일일 뿐이다. 일단 쓰레기를 어디다 내놔야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흐엉. 재환은 세 사람 몫의 설거지를 했다. 매정한 엄마. 설거지도 안 해주고 갔다.
재환은 일단 집 탐방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2층부터! 재환은 계단을 올랐다. 2층은 작은 거실을 중심으로 조금 큰 방이 하나, 크기가 비슷한 작은 방이 두 개와 작은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건물 위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작은 계단이 놓여있다. 옥상은 낮은 석조 울타리 외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서 가끔 올라와서 담배나 피우는 정도로 써야겠다. 1층은 부엌, 집에서 제일 큰 안방, 작은 방, 화장실, 부엌, 계단 밑 작은 벽장으로 이루어진다. 재환은 벽장을 보며 이거 꼭 해리포터가 살던 방 같네,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해리가 살던 데보다는 좀 작은가. 먼지와 곰팡내가 희미하게 풍기니 옷을 놓을 수는 없고 안 쓰는 물건을 여기다 다 갖다놔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벽장 벽 중에 어느 곳만 색깔이 살짝 다른 것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재환은 몇 걸음 걸어가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이 느낌은 벽이 아니었다. 문이다. 벽지가 발라진 안쪽에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선반같은 건가? 재환은 얼른 벽장을 나와서 공업용 커터칼을 가져와 문의 테두리를 따라 벽지를 잘라냈다. 대체 뭐가 있을까? 벽지로 발라버릴 정도면 뭔가 위험한 게 있으려나? 그럼 바로 신고해야지. 재환은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쫘아악 벽지를 뜯어냈다.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어차피 벽장은 냄새도 나고 해서 벽지를 새로 발라야 했었을 거다. 뜯어낸 벽지 안에는 확실히 벽장문보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문짝이 있었다. 문짝의 아래쪽에 문고리가 붙어 있었던 것 같은 흔적만이 남아있다. 아래에서 위로 당겨서 여는 건가? 재환은 칼로 문틈을 긁어내서 열기 편하게 만든 뒤 칼날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문을 당겼다. 오랫동안 열지 않았는지 힘을 세게 줘야 했다. 이러다 칼날 부러지겠네. 커터칼의 날을 좀 더 짧게 잡고 다시 당겼다. 칼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도 같이 잡고 힘을 주자 끼긱,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뭐야. 별거 아니네."
벽장 안의 숨겨진 선반 속에는 깨진 도자기 조각들과 낡은 우표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하게 생긴 무쇠 망치가 있었다.
"...이건 어디다 쓰는 거지?"
진짜 망치라기엔 어딘가 장식적이다. 산수화에서나 볼 법한 구름과 산봉우리들이 아주 세밀한 음각으로 망치에 새겨져 있었고 한복 노리개에 달려 있는 전통 매듭끈이 손잡이에 매달려 장식되어 있었다.
"김서방들을 놀릴 때 쓰지."
"?!?"
재환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았다. 앞에는 자기와 비슷한 눈높이의 굉장히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지? 언제 들어왔지?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는데. 아니, 일단 집에 올 사람이 있나? 눈앞의 미남은 아무런 설명 없이 생글생글 웃기만 했다. 손을 내민다. 달라는 뜻인가? 진짜 잘생겼다. 재환은 감탄하며 자기도 모르게 망치를 남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고마워, 김서방."
김서방? 내가 왜 김서방이지 난 이씨인데. 근데 김서방이라는 말은 보통.... 그러다 재환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말도 안 돼. 동화 속 얘기도 아니고. 하지만 김서방. 그건 도깨비가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재환은 남자의 옷차림을 살폈다. 남자는 아주 통이 큰 까만 양복바지에 체크무늬 재킷 하나만을 걸치고 있다. 아니 왜 맨몸..? 그것보다 저 바지 대체 뭐야? 왜 저렇게 통이 넓어? 통이 클 뿐만 아니라 군데군데 헤지고 얼룩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근데 몸과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다. 이 남자가 사람이라도 큰 일이었다. 무단 침입까지 한데다가 방금 자신이 쥐여준 쇠망치라는 흉기까지 들고 있는 미친 사람이다.
"다...당신 누구야?"
"나? 홍빈. 김서방 이름은 뭔데?"
"이름을 묻는 게 아니잖아! 너 뭐냐고! 갑자기 우리 집에 나타났잖아!"
"우리 집?"
"그래 우리 집! 아니, 이젠 나 혼자 살지.. 내 집! 여긴 내 집이야!"
"아니? 내 집인데! 여긴 예전에 김서방이 준 내 집이야!"
재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니 집이라고? 재환은 질문을 속사포로 날렸다. 자기 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부모님이 혹시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닌지 확실히 해야 한다. 물론 눈앞의 이 남자가 사람인 줄 확신이 가진 않지만 일단 사람이라고 가정해야지.
"니 집이라고? 그 김서방이라는 사람 이름이 정확히 뭔데? 그 사람이 원래 이 집 주인이었대? 예전에 줬다고 했는데 그 예전이 정확히 몇 년도야? 여긴 우리 부모님이 2년 전에 직접 현금 박치기로 사서 지금 내가 관리하는 거거든? 혹시 이중 계약일 수도 있는데 계약서는 갖고 있어? 그리고 2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뭔데?"
홍빈은 빠르게 우다다다 내뱉어지는 재환의 질문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름..? 그 김서방 이름이 뭐였지...? 몇 년도라니.. 으음.... 이중 계약...? 홍빈은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분홍빛 입술로 중얼중얼거리면서 스스로에게 되묻더니 결국 화를 냈다.
"아, 몰라! 여튼 여긴 내 집이야! 전쟁 나면서 김서방이 나한테 주고 간 집이라고!"
"전쟁?"
"그래! 동네 김서방들이 모조리 피난 가서 메밀묵도 못 먹고! 배고파!"
홍빈은 성질을 내며 바닥에 주저앉아 쇠망치로 바닥을 깡깡,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재환은 침을 꼴깍 삼킨 후에 물었다.
"혹시 너... 도깨비야?"
"혹시 너... 멍청이야? 그럼 내가 도깨비지 김서방이야?"
자, 여기 뿔도 있어. 홍빈은 고개를 숙여 부스스한 머리칼 사이를 손가락으로 뒤적이더니 1cm도 안 될 것 같은 아주 작은 뿔 두 개를 보여주었다.
"키는 좀 작은 편이지만 뿔도 있고 망치도 있고 대단한 도깨비라구!"
그러니 메밀묵 내놔! 캉! 홍빈이 쇠망치로 바닥을 다시 한 번 때리는데 재환은 손으로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홍빈의 쇠망치가 바닥을 때리자 바닥이 마치 물침대처럼 물컹하게 휘어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바닥은 원래처럼 딱딱한 직선으로 보였지만 문득 겁이 나서 재환은 부랴부랴 지갑을 들고 집을 나가서 메밀묵을 사왔다. 큰 마트에는 묵가루밖에 없어 작은 구멍가게를 돌다가 다행히 계란과 파, 양파, 손두부 등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메밀묵을 살 수 있었다. 여러 개 사서 내일도 먹여야지 싶어서 2만원 어치나 샀다. 이거 계속 파는 거느냐고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가족들이 다 메밀묵을 좋아해서 메밀묵을 전문으로 만드는 집에서 사오면서 넉넉히 사오는 거니까 매번 있을 거라고 말해서 안심했다.
"자, 여기."
"와... 진짜 크다!"
홍빈은 허겁지겁 두 손으로 미끌거리는 메밀묵을 잡고 뭉텅뭉텅 베어먹기 시작했다. 꼴깍꼴깍, 씹고 넘기는 건지, 숨은 쉬는지 의심될 정도로 홍빈은 2만원 어치의 메밀묵을 순식간에 석션했다. 수제 메밀묵이라 파는 두부보다 커서 적어도 500g은 넘을 텐데 그걸 4개씩이나... 내일까지 먹이려고 산 건데. 재환은 배를 두드리며 손가락까지 야무지게 빨아먹는 홍빈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착한 김서방이구나. 이름이 뭐랬지?"
"이재환이야."
"그래, 이재환 김서방. 넌 착하니까 특별히 내 집에서 살게 해줄게."
어이구 고맙네요. 나는 남은 방에 하숙생 들일까 생각했었거든? 재환은 투덜거리면서도 저 무서운 쇠망치를 쓰는 홍빈이 자길 맘에 들어한 것 같아서 내심 마음을 놓았다. 쇠망치가 있는 걸 자랑할 정도니까 쇠망치가 없는 도깨비들보다 힘이 세다던가 요술 부리는 능력이 더 좋다던가 하겠지. 으, 무서워!
"김서방, 나 메밀묵."
하지만 재환의 상상과는 다르게 홍빈은 하루하루 메밀묵만 처먹는 잉여 도깨비일 뿐이었다.
홍빈은 하는 일이 없었다. 가끔 나가서 담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고 재환이 냉장고에 넣어 놓은 메밀묵을 먹는 것이 모든 하루의 일과였다. 홍빈은 담장에 앉아서 발을 앞뒤로 흔들며 사람들을 향해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릴 뿐이었는데 단순히 그 손가락 까딱임 하나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꽈당,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넘어졌고, 갑자기 쑥 꺼진 바닥에 한쪽 발이 허벅지까지 빠졌으며, 차가 직진을 하려고 액셀을 밟는데 하는데도 엉뚱하게 후진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 손가락 장난을 처음 봤을 때 재환은 너무 놀라서 뒤로 뒤집어질 뻔했다. 이게 바로 도깨비장난이구나 싶었다. 홍빈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하는 일들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홍빈이 무섭지는 않았다. 홍빈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애나 다름없었다. 천진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메밀묵을 좋아하는 잘생긴 도깨비.
홍빈은 티비로 종일 엠넷이나 음악방송을 틀어놓고 춤을 따라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랩을 읊조렸다. 처음엔 무슨 가락이 저러냐고 욕을 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는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귀엽네. 재환은 홍빈을 보며 웃었다. 처음에는 놀랍고 무서워서 메밀묵만 주고 쌩하고 출근하기 일쑤였지만 집에 오면 자신을 반겨주고 혼자 먹기 싫다고 자기가 메밀묵 먹는 걸 보고 있으라고 땡깡 피우는 걸 받아주며 같이 식사를 하게 되다 보니 어느새 정도 들고 그냥 같이 사는 동생 같아 졌다.
"잘 다녀와. 올 때 메밀묵."
"어, 배고프면 고구마 삶은 거 있으니까 먹어."
홍빈은 출근하는 재환을 배웅하고 집 안에서 뒹굴었다. 옛날에 알던 김서방들이 다 죽은 건 아쉽지만 요즘은 맛난 것들이 참 많아서 좋다. 홍빈은 메밀묵이 제일 맛있긴 했지만 재환이 가져오는 고기나 서양 국수 같은 것들도 맛이 좋다. 티비에서 재밌는 것도 많이 해주고. 도깨비인 홍빈이 보기에 인간들은 너무 심각하게 살지만 그걸 구경하는 것도 그런대로 재미가 있어서 홍빈은 개그 프로그램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 100분 토론에 이르는 여러 다양한 방송들을 구경했다. 봤다고 하기에는 방송의 의도를 모르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홍빈은 인간들이 조잘조잘 말만 하면서 서로에게 화를 내다가 몸싸움을 하는 국회 방송을 보다가도 깔깔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재환이 집에 학연을 데려왔다.
"헐, 이게 도깨비라고? 완전 사람 같은데?"
"그렇다니까? 얘 막 되게 힘도 세고 요술도 부려!"
"멍청아, 도깨비한테 요술이 뭐냐. 그런 건 신통력이라고 하는 거야."
"......"
홍빈은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이재환 김서방한테만 집을 허락했는데 저 까만 김서방은 뭐지. 홍빈의 기분이 가라앉자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홍빈의 머리가 나풀거리면서 머리카락 사이로 두 개의 뿔이 언뜻언뜻 보였다. 홍빈이 커다란 눈으로 노려보자 두 사람은 그제야 수다를 멈추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 불길해 보이는 먹구름이 생기고 있었다.
"야, 재환아. 이거 뭐냐? 저..저거 구름이야?"
"그런가봐..? 몰라 나도 처음 봐!"
"저거 하지 말라그래!"
"빈아, 왜 그래? 왜 화났어?"
"저기요, 혹시 저때문이면... 메밀묵 드실래요?"
"그래."
홍빈은 냉큼 까만 김서방이 내미는 비닐봉지를 받아들었다. 홍빈의 머리 위로 모이던 검은 먹구름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홍빈은 소파로 가서 메밀묵을 씹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야, 착하기는 개뿔, 존나 무섭잖아..."
"아닌데 원래 착한데... 말없이 형 데려와서 화났나?"
"그래. 여긴 내 집인데 내 허락을 맡아야지."
재환과 학연은 깜짝 놀랐다. 둘은 거실에서 멀리 떨어진 부엌에서 소곤소곤 말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학연은 너무 놀라서 혹시 홍빈이 메밀묵을 다 먹으면 자신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꽁지가 빠져라 집으로 돌아갔다. 홍빈은 창 밖을 보면서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손을 까딱까닥 흔들었다. 학연은 카톡으로 마당 청소 좀 잘하라고,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화를 냈다. 재환은 그 카톡을 읽으며 웃을 수가 없었다. 마당에는 돌이 없었다. 홍빈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니까 왜 내 집에서 내 김서방이랑 친한 척을 해.
"그런데 니네 집 도깨비는 너한테 씨름하자는 말 안 해?"
"씨름?"
"그래, 도깨비가 원래 그렇게 씨름을 좋아한다던데."
"그러게, 씨름하자고 한 적 한 번도 없는데."
"변종 도깨비인가? 찾아보니까 도깨비는 보통 2m 정도 한대."
"아, 자기가 작다고 한 적은 있는데."
"....걔 키 너만 하던데?"
"도깨비치고는 작은가 보지."
"아오! 내 키도 작은 키는 아닌데 왜 여기선 작다고 느껴야 하는 건데!"
재환은 투덜대는 학연을 보며 웃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유독 다 키가 크다. 신입인 상혁은 184cm고 원식은 183cm, 자신과 택운은 182cm 정도이니 딱 180이라고 주장하는 학연이 작아 보일 만도 하다. 재환은 웨딩홀에서 일한다. 단순 웨딩홀이라고 하기엔 대형 연회장에서 열리는 패션쇼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브랜드의 프로모션 전시, 기업의 자선 파티 등의 다양한 행사부터 여러 개의 중소연회장에서 열리는 돌잔치부터 동창모임까지 열리는 아주 복잡한 행사를 총괄하고 주가 되는 웨딩홀 업무를 보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웨딩홀 직원일 뿐이겠지. 키가 큰 다섯 명이 웨이터 복을 입고 서빙을 하면 너무 태가 나서 일을 하다가 젊은 아가씨는 물론, 나이 지긋하신 사모님들한테 번호가 따인 적이 수도 없다. 가끔 자신들을 호스트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재환은 이 일에 꽤 만족하고 있다. 일이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종일 근무라서 좀 빡빡하지만 격일로 휴가가 나오고 맨날 맛있는 것도 먹고. 음식은 인원수보다 조금씩 더 준비하기 때문에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질리도록 먹는다. 몇 년 먹다 보니 질려서 이젠 가끔 샐러드, 과일 디저트나 좀 주워 먹고 단기 알바생들 먹으라고 두는 편인데 요새는 먹는 것에 맛을 들인 홍빈을 위해 집으로 싸가곤 한다.
"오늘은 양념장이 다른 거네."
홍빈은 재환이 썰어준 스테이크를 볼이 빵빵해지도록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도깨비 주제에 엄청 말라서 뭐만 먹으면 볼이 터질듯이 불룩해지곤 한다. 자는 동안 먹지 못해서겠지. 홍빈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도깨비라고 한다. 사람들이 서양식 옷을 입기 전의 기억도 있었다고 하니까. 홍빈은 어쩌다가 이 집을 지었던 이름 모를 김서방과 친구의 연을 맺고 살다가 그 사람이 전쟁 때문에 피난을 가면서 이 집에 적을 두었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가 잠이 들었는데 무슨 소리가 나길래 잠에서 깨니 재환이 자기 쇠망치를 들고 있더라고 했다. 대체 몇십 년을 잔 거야? 자기 쇠망치에 깃들어 있던 건가? 재환은 두꺼운 스테이크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다 먹어버린 홍빈을 좀 안쓰럽게 보며 메밀묵을 꺼내다 주었다. 홍빈이 어찌나 메밀묵을 잘 먹는지 재환은 이제 묵가루로 메밀묵을 쑬 줄도 알게 되었다. 홍빈은 직접 만든 것보다 전에 사온 메밀묵이 더 맛있다고 툴툴거리긴 했으나 만들어 먹으면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듯했다.
"근데 넌 왜 씨름하자고 안 해? 도깨비들은 다 씨름하는 거 좋아한다던데."
"좋아하긴 하는데, 넌 딱 봐도 나한테 질 것 같으니까 별로."
"뭐? 나 씨름.... 잘하는 줄은 모르지만 못하진 않을걸? 나랑 해봤어?"
"내가 씨름을 몇 번이나 했는데. 보면 알아."
"와... 나 힘세거든?!?"
"씨름은 힘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더 중요해."
재환은 자존심이 상해서 바락바락 언성을 높였다. 홍빈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메밀묵을 씹어 넘겼다.
"그리고 씨름에 지면 나한테 뭐 해줄 건데? 나는 머리가 좋은 도깨비라 니가 해주기로 한 걸 절대 안 까먹어."
재환은 움찔했다. 홍빈을 만나고 나서 도깨비에 관련한 어린이 동화부터 논문까지 주욱 찾아보며 읽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도깨비와 홍빈은 비슷한 듯 달랐다. 한 동화 속에서 도깨비는 인간과의 씨름에서 져서 돈 10냥을 주는데, 도깨비는 자신이 돈을 줬다는 사실을 까먹고 매일매일 돈 10냥을 주다가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고 울며 사과까지 한다. 어수룩하고 착하고 인간적인 도깨비. 물론 홍빈도 크게 보면 그랬지만 동화 속 도깨비보다 좀 더 점잖고 똑똑했다. 그리고 재환은 홍빈과 씨름을 해서 이긴다면 뭘 바라야 할 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홍빈이 집을 떠나주기를 바라겠지만 홍빈과 같이 살게 된 지도 어느덧 3개월. 재환은 홍빈과 같이 사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돈이나 달라고 할까. 근데 엽전으로 주면 어떡하지? 아니, 일단 이기고서 생각할 일이지. 내일부터 씨름 연습할 거야! 재환은 승부욕을 불태웠다. 택운이 형이 운동을 잘하니까 씨름도 잘 하지 않을까? 원식이도 축구 잘하는데 씨름은 못 하나? 재환은 눈을 데굴데굴 굴려가며 고민했다. 홍빈은 그런 재환을 보며 웃었다. 참 재밌는 김서방이야.
"야, 도깨비! 나랑 씨름 한판 하자!"
며칠 뒤에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씨름대결을 신청하는 재환에 홍빈은 푸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빈은 아주 간단히 재환의 오른발을 자신의 오른발로 걸어서 재환을 넘어트렸다. 재환은 얼굴이 씨뻘개졌다.
"이건 무효야! 너무 빠르잖아!"
"그럼 한 번만 봐줄게. 다시 해봐."
"그래! 이번엔 안 봐줘!"
재환은 자세를 낮추고 홍빈의 허리춤을 잡고 있던 손을 빼서 홍빈의 왼쪽 뒷무릎을 확 잡아당겼다. 무게중심이 흔들리면 그대로 밀어서 넘어트려야지. 하지만 홍빈은 예상이라도 한 듯 쉽게 무릎을 접어주며 허리에 힘을 줘서 들배지기로 재환을 그대로 들어올려 소파 위로 넘어트렸다. 으악! 재환은 무방비한 상태로 소파에 처박히자 놀래서 버둥거렸다. 적지 않은 무게의 홍빈까지 자신의 위로 함께 넘어지니 숨이 막힌다. 재환은 홍빈의 등을 팡팡 치면서 소리 질렀다.
"야, 나와! 내가 졌어, 그니까 나와!"
"맨입으로? 소원을 들어줘야지."
재환은 침을 꼴깍 삼켰다. 홍빈이 너무 가깝다. 매일 봐도 잘생긴 얼굴이 10cm도 채 되지 않는 초 근접거리에 있으니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원래도 홍빈은 스킨십이 심한 편이라 재환은 영 민망하곤 했었다. 툭하면 어깨동무하고 끌어안고 무릎에 눕고. 도깨비들은 원래 이런가? 아니면 너무 오랜시간 혼자라서 외로워서 그런가? 종특이라고 생각하면서 참았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가깝지 않은가. 재환은 홍빈의 어깨를 밀어내며 물었다.
"...소원이 뭔데?"
"나 장가보내줘. 너한테. 소원이니까 거절은 못 해."
"뭐?"
홍빈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무작정 재환의 입술부터 삼켰다. 티비에는 모든 게 다 나왔다. 수 십 년 동안 잠을 잔 홍빈은 반동으로 잠을 잘 자지 않았다. 밤은 길다. 대부분의 시간은 재환의 옆에 누워 재환이 쩝쩝거리며 잠꼬대를 하는 귀여운 꼴을 구경하며 보냈지만 티비를 본 시간도 적지 않다. 밤에는 야한 영화를 많이 했다. 의미를 알 수 없게 입술을 맞대고 살을 부대끼는 행위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계속 보면서 그게 어떤 행위인지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김서방들의 신혼방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구경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일 년쯤 뒤에 아주 작은 김서방이 새로 생겨 있었다. 아, 저게 김서방들끼리 애를 낳고 가족이 되는 방법이구나. 어른 도깨비들이 장가를 가고 혼인을 하는 게 저런 거였구나. 홍빈은 재환이 좋았다. 잠에서 깨서 제일 먼저 본 김서방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해보아도 많은 김서방들 중에 재환만큼 마음에 드는 김서방은 또 없었다. 귀엽고 계속 놀리고 싶고 같이 있고 싶고 예뻐해 주고 싶다. 그러니까, 나랑 혼인하자. 내 색시 해. 홍빈은 재환의 바지춤을 끌어당겨 엉덩이를 주물거리면서 재환의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아, 이래서 티비에서 입을 빨았던 거구나. 축축한 혀끼리 문질러질 때마다 새로운 감각이 느껴진다. 혀끝으로 입천장을 훑자 재환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온도가 다른 서로의 숨이 섞여 비슷한 온도가 된다. 홍빈은 통통한 재환의 입술을 빨아대면서 재환의 옷을 서둘러 벗겨내었다. 고작 이 작은 혀끼리 문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몸 전체를 문대면 더 기분이 좋겠지. 힘이 센 팔이 셔츠를 잡고 벌리자 투두둑, 너무 쉽게 단추들이 다 뜯어졌다. 재환은 식겁해서 놀래며 바, 바지는 내가 벗을게! 하고 스스로 벨트를 푸르고 바지를 내렸다. 홍빈은 츄리닝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를 벗는 것만으로 하체가 드러났다. 재환이 팬티를 벗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홍빈이 밴드를 잡고 확 내렸다. 이미 깊은 키스로 반쯤 서 있었다. 홍빈은 망설임 없이 재환의 것을 입에 담아 볼이 홀쭉해지도록 빨았다. 이렇게 하던데. 혓바닥으로 기둥을 문질러 핥고 손으로 말랑한 재환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양껏 주물렀다. 재환은 다리를 벌리고 할딱대면서 홍빈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아앗, 빈아.. 안돼, 아아... 거긴, 더러워 안돼 아아..! 홍빈에겐 더럽다는 개념이 없었다. 홍빈은 재환의 다리를 더 활짝 벌려서 고환을 빨아서 굴리고 손으로 회음부를 꾹꾹 누르고 소파에 눌린 엉덩이를 벌려 구멍을 핥았다. 보통의 살과는 달리 미끌거리는 점막의 촉감에 홍빈은 아까의 키스처럼 혀를 세워 구멍을 찌르듯이 핥았고 재환은 허리를 휘며 자지러졌다.
"안돼, 아앗..! 거기, 시러.. 흐으응.. 안대애, 더러워... 그만해, 흐앙!"
혀끝이 안으로 파고들 것 같아 재환은 아래에 더 힘을 주며 버텼다. 홍빈은 센 힘으로 아주 손쉽게 바둥거리는 다리를 잡아 눌러 양껏 핥고 빨았다. 귀두를 강하게 빠는 압력에 재환은 결국 홍빈의 입안에 정액을 털어내고 말았다.
"하아...하아... 빈아아.."
"내 색시 하는 거다?"
홍빈은 재환이 자신을 빈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보통 김서방들은 자신을 도깨비라고 불렀다. 이름을 잘 묻지도 않았다. 그래서 자신조차 이름을 까먹고 있었는데 재환이 이름이 뭐냐고 묻는 순간 이름이 기억이 났다. 이름을 말하는 순간 나는 평범한 도깨비가 아닌 너에게 홍빈이라는 도깨비가 되었을 테지. 나도 너의 이름을 듣는 순간 네가 다른 김서방들과 달리 이재환이라는 특별한 김서방이 되었다. 홍빈은 재환의 정액을 꼴깍 삼키고 재환을 번쩍 안아 들어 침대로 갔다. 딱히 장소에 구애받는 인간적인 생각은 아니고 그저 소파는 움직이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홍빈은 넓은 침대에 재환을 던지고 자신도 곧바로 재환의 위로 뛰어들었다. 재환은 침대 옆 서랍을 뒤져 안 쓰던 핸드크림을 꺼내 홍빈의 손에 짜주었다.
"그... 구멍에 발라줘야 내가 안 아파..."
"알았어, 안 아프게 해줄게."
홍빈은 흰 크림을 재환의 아래에 발랐다. 혀로 찔렀던 것처럼 손가락을 찔러서 안에 넣으니 꽉 조이는 내벽이 단단하고 뜨거웠다. 손이 안을 파고들자 재환이 아프다는 듯이 끙끙거렸다. 홍빈은 손끝으로 단단한 내벽에 크림을 바르고 문지르면서 말랑해지도록 계속 휘저었다. 재환의 손에서 핸드크림을 뺏어서 한 통 다 짜냈다. 체온에 녹아 묽어져서 흐르는 크림을 삭삭 모아서 구멍에 밀어 넣으면서 홍빈은 재환의 가슴팍을 빨았다. 묽은 핸드크림이 꽉 찬 구멍은 홍빈이 손가락을 휘저을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악, 아으... 빈아, 이상해... 질척거려..."
"응, 질척거린다. 꼭 입 안 같애. 입 안보다 구멍 안이 더 뜨겁지만."
홍빈은 솔직한 감상을 말하며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재환은 홍빈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홍빈은 두 손가락으로 안을 휘젓고 깊이까지 꾹꾹 누르며 자신의 성기를 재환의 허벅지에 비볐다. 재환은 허벅지에 비벼지는 뜨겁고 딱딱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봤다. 홍빈의 물건은 크기도 큰 데다가 핏줄이 서서 울퉁불퉁하고 옆으로 휘기까지 한,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 같은 거근이다. 저.. 저건 안 들어가! 재환은 경악하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홍빈은 재환을 놔주지 않았다.
"아읏, 앗, 아아... 거기, 거기 이상해... 흐으으..."
"여기? 색시야, 여기가 좋아?"
홍빈은 재환의 귓가에 쪽쪽 뽀뽀하면서 손가락으로 깊은 곳까지 만졌다. 재환은 어느새 자발적으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홍빈의 목을 끌어안고 숨 쉴 때마다 신음을 같이 내뱉고 있었다. 색시야, 내 색시야. 여기가 기분 좋아? 귓가에 닿는 홍빈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아서 심장이 다 울렁거리는 기분이다. 홍빈이 가족같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런 뜻은 아니었는데... 그러면서도 홍빈을 밀어낼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안에서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허전한 느낌에 재환이 아래를 꽉 조였다. 손가락 세 개를 먹고 있던 구멍에 홍빈의 자신의 거근을 비볐다. 손가락과는 다른 촉감, 다른 온도, 다른 크기, 다른 모양에 재환이 긴장하자 홍빈이 다시 입 맞추며 재환을 달랬다.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하자 재환이 온 얼굴을 찡그리며 괴로워했다.
"색시야, 힘 빼."
"흐으, 그게 맘대로 되는 줄 알아?"
고통에 줄줄 흐르는 눈물을 계속 핥아주며 홍빈은 자신의 거근을 끝까지 안에 밀어 넣었다. 핸드크림을 한 통을 다 쏟아부었던 덕인지 안에서 물처럼 녹아있던 핸드크림이 홍빈의 성기에 묻어 안까지 미끈거리게 들어가게 해주었다. 홍빈의 성기 뿌리 쪽에는 털까지 부숭부숭하게 나 있어서 재환은 온 내장이 압박당하는 기분과 함께 까끌까끌한 감각을 느껴야 했다.
"너무 커어... 찢어질 거 같애..."
"찢어지면 아픈가?"
"당연하지!"
당연한 소리를 하는 홍빈때문에 재환은 식은땀이 날 뻔했다. 안 아프다고 그러면 찢을 거야? 다행히 홍빈은 재환이 아픈 것은 싫은지 그저 재환이 익숙해지기까지 기다려 주었다. 일일히 자신의 감상을 다 말해주면서 말이다.
"나는 되게 기분 좋아. 꽉 조여서 좀 답답하긴 한데 뜨겁고 질척거려서 아까 입 맞춘 것도 좋았는데 이게 몇 배는 더 좋아. 색시가 숨 쉴 때마다 안이 두근두근하면서 움직이고 있어."
"...그냥 움직여!"
재환은 새빨개진 얼굴을 홍빈의 어깨에 묻었다. 섹스할 때도 이렇게 천진하지 말라고! 홍빈은 재환을 꽉 끌어안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 기분 좋아. 움직이니까 더 좋아. 홍빈은 내벽에 자신의 것을 비비듯이 움직였다. 재환은 한계까지 벌어진 아래에 홍빈의 딱딱한 물건이 들락거리기 시작하자 하체가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릿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성감만은 확실하게 고조되었다. 몸의 가장 안쪽까지 비비고 찌르는 뜨겁고 딱딱한 성기. 안에서 녹아버린 핸드크림때문에 홍빈이 박아넣을 때마다 구멍에서 흰 크림이 조금씩 밀려나온다. 재환은 천천히 몸 전체를 뒤덮는 둔탁한 쾌감에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홍빈의 어깨를 끌어안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홍빈은 재환의 목과 어깨를 깨물며 허리를 강하게 처올렸다. 젖은 살이 부딪치는 철퍽거리는 소리가 침실을 울린다. 그러다 마구잡이로 찔러대던 홍빈의 성기가 재환의 깊은 안쪽을 자극했다.
"아앗! 흐아..! 비나, 아흐윽! 아, 거기! 아앗..!"
"여기? 흐읏, 여기가 좋아?"
"으응, 조앗! 아앙..! 어떡, 해..! 앗, 앗... 더, 거기, 얼른!"
재환은 홍빈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소리를 높였다. 홍빈을 더 깊게까지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땀이 나서 미끄러지는 몸에 더 달라붙기 위해 손톱을 세워 등을 끌어안는 모습이 낯설기 그지없었지만 불가항력이다. 더 닿고 싶고, 더 깊게 받아들이고 싶은 이 욕망을 거부할 수가 없다. 홍빈은 단단한 가슴과 팔로 재환의 몸을 완벽하게 품에 가두고 강하게 허리만 움직여 재환의 가장 깊은 곳까지 범했다. 안으로 찔러 넣을 때마다 홍빈의 등, 허리, 둔부와 허벅지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팽팽하게 당겨진다. 재환은 자신이 눈을 뜬지 감은지도 알 수 없었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어 불꽃이 튀는 듯했다.
"빈아, 아아! 흐앗..! 나, 갈 것... 흐응! 아아앗!"
"색시야, 으읏, 아...!"
홍빈이 재환의 목을 깨물며 미친 듯이 허리를 박아 넣었다. 재환은 도를 넘은 쾌감에 허리를 흔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소리만 높였다. 홍빈이 깊게 박고서 내벽에 성기를 비비며 사정했다. 재환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어서 사정했다. 홍빈의 거대한 성기가 내벽을 문지르며 움찔거리다가 안에 왈칵, 뜨거운 정액을 쏟아내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홍빈은 숨을 몰아쉬며 재환의 손을 잡아서 깍지를 꼈다. 아직 쾌락이 채 가시지 않아 줄줄 우는 얼굴에 입을 맞추며 홍빈은 웃었다.
"오늘이 우리 혼인날인 거야. 알겠지?"
"응..."
재환은 깍지를 끼지 않은 손으로 홍빈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홍빈이 계속 색시야, 색시야라고 불러준 만큼 자신도 홍빈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쑥스러워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서방님이라고 부를 날은 많으니까.
"그럼 한 번 더 할까?"
재환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첫 날밤인 건데 고작 한 번으로 끝낼 수는 없지. 의욕으로 불타오른 재환이었으나 홍빈은 도깨비답게 힘이 아주 셌고 그만큼 정력도 대단했다. 재환은 결국 그날 밤 도깨비 방망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정액에 푹 젖어서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다음 날 비번을 그저 침대에서 끙끙 앓는 것으로 쓰게 된 재환은 홍빈에게 성질을 내면서도 핸드폰 캘린더에 9월 29일을 기념일로 지정했다. 도깨비 장가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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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리퀘를 해주신 워터님께! 워터님 아니었으면 아무도 리퀘 안해주셨을 거에여...감사해요 어흐흑ㅠㅠ
'집요정 홍빈이'를 리퀘해주셨는데 어쩌다보니 도깨비 홍빈이로....ㅠㅠㅠㅠ리퀘방향과 너무 달라져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
홍빈아 생일 축하해ㅇ0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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