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켄엔] 쟈니와 요니
커플링은 택켄+조금의 엔켄! 택켄엔이라고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엔켄의 분량은 적지만... 여튼!
으음 택켄엔켄 동맹도 가입해야하나 고민되네요. 주로 쓰는 게 홍켄이니까... 조각은 또 켄총을 많이 쓰고!
첨부터 모든 동맹 배너 업어올걸 그랬나 후회하는 중입니다ㅠㅠ 근데 쓴 거 없이 업어오긴 좀 그래서ㅠㅠ
여튼 어차피 블로그라 배너도 잘 안보이니까 일단은 그냥 두는 걸로. 얼른 책이라도 읽어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어요.
마녀사냥 보는데 사연이 재밌어서 재화니로 보고싶당 재환이가 전남친이 선물한 강아지를 받아서 헤어진 후에도 잘 키우고 있는데 현남친이 강아지랑 잘 놀아줬는데 전남친이 선물한 거 알고서 태도 바뀌는 거야ㅋㅋㅋㅋ강아지랑 잘 놀아주고 그랬는데 이젠 막 밀어내고ㅋㅋㅋㅋ
┖죄없는 쟈니한테 왜 구뎨ㅠㄴㅠ 하고 퐁퐁 울면 또 바로 맘 약해질 텐데ㅋㅋㅋㅋㅋ 겨우겨우 달래놓고 근데 왜 이름이 쟈니야? 하면 두 마리 입양했었는데 하얀 애는 나 닮아서 쟈니고 까만 애는 전 남친 닮아서 요니였어ㅇㄴㅇ 해서 현 남친 딥빡ㅋㅋㅋㅋㅋㅋ
모처에서 누가 대댓글로 써준 게 너무 귀여워서 써봤습니다!
조각처럼 썼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완성도는....() 요새 쓴 게 다 조각이라 완성도는 찾아볼 수가 없지만 말이죠! 하하하! 그리고 원래 내 글은 딱히 완성도가 높지 않아! 하하핳!!!!
여튼 요새 쓰는 게 많아서 신나네요. 원래 쓰기로 결정한 건 안쓰고 즉흥적인 글만 계속 쓴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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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택운씨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얼굴이 확 폈네."
택운은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내보이며 혼자 웃었다. 애인이 생겼다고 말해봐야 누구냐, 몇 살이냐, 이쁘냐 그런 질문이나 할 것이다. 옆 부서 누가 택운씨한테 관심 있어하던데 냉정하다~ 같은 별 쓰잘데기 없는 사족을 붙여 괜히 기분이나 찝찝하게 하겠지. 택운은 훤칠한 외모와 쉽사리 친해질 수 없는 성격때문에 대학생활 동안 듣지 않아도 될 싫은 소리를 많이 듣고 다녔고 그건 졸업 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똑같다는 말이다. 잘생긴 택운을 동경하고 좋아하면서 택운이 자신들을 봐주지 않으니 먹지 못하는 포도가 시다고 욕하는 여우처럼 뒤에서 욕을 했다.
남 듣기 좋은 말을 하지 못 하는 택운의 성격을 걱정한 선배들은 회사에선 최대한 사담을 삼가라는 말과 함께 특히 애인이 생겨도 절대 티를 내지 말라는 유용한 조언을 해줬지만 이렇게 얼굴에서부터 티가 나니 뒤에서 다들 수근거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택운은 얼굴을 찌푸릴 새가 없었다. 엑셀형 컴퓨터 카톡창에 작게 사진이 떴다.
하얗고 까만 포메라니안 두 마리가 커다란 수건을 덮어쓴 사진이었다.
-쨘! 쟈니랑 요니 목욕했어요~ 완전 깨끗하지? 근데 얘네 목욕시키느라 나도 다 젖어써ㅠLㅠ
카톡과 함께 사진이 한 장 더 전송되었다.
푹 젖은 머리칼과 속눈썹, 씻었는지 말간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애인의 셀카. 사진이 여러장 더 전송되었다. 재환이 쟈니와 요니를 한 팔에 끌어안고 찍은 셀카와 드라이기를 피해 도망가는 뽀실한 강아지 엉덩이들이 담긴 사진이었다.
-형아 오늘은 야근 안해요? 일찍 올 거야?♥L♥
-응 일찍 갈 거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느은....
뭐가 먹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일까. 택운은 괜히 화면을 전환해서 이미 아까 완성해 놓은 보고서를 다시 보는 척하다가 카톡창을 다시 열었다.
-오랜만에 가래떡 먹고 싶은데....♥
택운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올라가는 입꼬리 때문에 두 광대가 동그랗게 씰룩거렸다. 미치겠다, 이재환. 어디서 이런 게 눈 앞에 뚝 떨어졌는지. 가래떡은 둘 사이의 은어로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을 때 하는 말이다. 요새 재환이 과제때문에 바쁘고 자신도 야근때문에 바빠서 통 하질 못했더니 먼저 이렇게 잔망을 떨어대는 것이다. 택운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답장을 썼다.
-오늘 밤새도록 먹자.
-ㅇ////ㅇ 아잉! 몰라!
얼굴을 가리면서 두 팔을 파닥거리고 있을 재환을 생각하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택운은 재환이 좋아하는 와우 박스세트를 퇴근 전에 주문해놓기로 생각하며 재환의 자취방에 콘돔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가늠했다. 그냥 한 박스 더 사가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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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진짜 일찍 왔네!"
재환이 좋아할만한 주전부리를 잔뜩 사서 벨을 눌렀다. 비밀번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재환이 열어주는 게 좋다. 문이 열리면서 다녀왔냐고 환하게 웃는 재환의 얼굴을 보면 행복해지니까. 택운이 재환의 집에 은근슬쩍 눌러앉게 된 후로 택운의 자취방은 거의 창고나 다름이 없게 되었다. 재환의 장롱 한 켠엔 택운의 옷가지가 늘어났고 재환이 바르는 스킨로션 옆에는 택운이 쓰는 화장품도 놓이게 되었다. 택운의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딱히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응, 잘 놀고 있었어?"
택운이 기분이 좋을 땐 목소리 톤이 조금 더 가벼워지고 높아진다. 재환은 택운이 건내는 비닐봉지와 서류가방을 받아 부엌으로 갔다. 택운은 구두를 얼른 벗어놓고 강아지들이 밖으로 나갈 수 없게 쳐놓은 울타리를 긴 다리로 넘었다. 택운의 다리 주변에서 낑낑대면서 빙글빙글 도는 강아지들은 오랜만의 택운이 반가웠는지 아주 난리가 났다. 뛸 때마다 파다다닥 짧은 발톱이 바닥을 가볍게 때리는 소리가 났다. 귀여워. 택운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강아지들을 안아 들었다. 이제 2살이 되는 포메라니안들은 하얀색이 쟈니, 검은색이 요니였다. 재환은 블랙&화이트처럼 욘&쟌이라고 했지만 부르기 편하게 요니와 쟈니로 불렀다.
"형, 양복에 털 다 묻는데!"
재환이 종종거리며 달려와 쟈니를 뺏어 안았지만 이미 늦었다. 택운은 울상을 짓는 재환의 뺨에 입맞추며 부드럽게 웃었다.
"차에 롤 클리너 있으니까 그걸로 떼내면 돼."
"그래두우, 까만색 양복 입었을 때는 안아주지 말라니까."
"알았어, 다음부터 안 그럴게."
"치, 또 안아줄 거면서."
택운은 입술을 삐죽이는 재환을 보고 품에 안았던 요니를 재환의 손에 넘기고 양 손으로 재환의 얼굴을 잡아 박력있게 입술을 갖다 찍었다.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양 팔에 쟈니와 요니를 안은 재환은 택운을 끌어안지도 못한 채 정신없이 키스해대는 택운에게 밀려 뒷걸음질 쳤다. 입 안을 헤집고 깊게 혀를 얽어오는 택운때문에 첫 키스도 아닌데 숨이 모자랐다. 어느새 등에 벽이 닿았고 택운의 팔이 벽을 짚으며 재환에게 더 몸을 가까이 붙였다. 졸지에 키스하는 연인 사이에 낑긴 쟈니와 요니는 그저 갑갑해서 낑낑대며 재환과 택운에게 달라붙어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딩동-
"하아... 누구지?"
택운은 아쉬워하며 입술을 뗐다. 재환이 몽롱한 얼굴로 현관문을 바라봤다. 택운은 눈 앞의 타액에 범벅된 도톰한 입술을 아쉽게 핥은 후에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살짝 흔들거리며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양새가 나른했다.
"와우박스 시키셨죠? 여기 영수증입니다."
인터넷으로 이미 결제까지 해놓은 터라 바로 피자만 받았다. 재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거실의 상 위에 놓인 노트북과 공책들을 치웠다.
"피자 샀어?"
"응, 저녁 잘 먹어야 이따 가래떡 먹지."
재환은 얼굴을 붉히며 택운의 팔을 꼬집었다. 사료 그릇에 쟈니와 요니를 위한 사료를 부어주고 간식까지 따로 뒀다. 맛있는 피자 냄새때문에 쟈니와 요니가 잔뜩 흥분한 꼴이 불쌍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건 너무 짜서 너네는 못 줘. 재환은 미안해하며 쟈니와 요니가 거실로 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닫았다. 원래는 현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울타리 밖에 없었는데 쟈니와 요니에 의해 가래떡 타임을 계속 방해받자 화가 난 택운이 바로 다음날 울타리를 사왔다.
택운과 재환은 피자와 치킨 윙을 먹으면서도 계속 눈짓을 주고 받았다. 재환이 기름이 잔뜩 묻은 입술을 일부러 혀를 내어 핥고, 손가락 끝을 쪽쪽 빨면서 먹자 택운은 그런 그가 귀엽다는 듯 소리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재환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빛에는 민망할 정도로 욕망이 가득해서 재환은 평소에 없어서 못 먹는 피자 맛이 별로 기억나지도 않았다.
"다 먹었지?"
"형아는요?"
"이따가 기운 빠지면 더 먹게."
"진짜 밤새 할라구?"
"응, 재환이 오늘 큰 일 났네."
다정하게 웃으며 앞으로 있을 격렬한 정사신을 예고하는 택운의 얼굴이 아주 뻔뻔하게 느껴져 재환은 얼굴을 붉혔다. 아까 팬티를 예쁜 걸로 갈아입어 놓기를 잘했다. 택운은 재환을 일으켜 침실로 데려갔다.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모습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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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요니. 형아랑 산책 갈까?"
택운은 쟈니와 요니에게 아침밥을 주며 복슬한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예고한 대로 택운은 재환을 밤새 괴롭혔다. 하얗고 긴 가래떡으로 말이다. 재환은 택운의 길고 얇은 손가락이 안을 파고들기 전부터 이미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기대감때문에 만져주지 않아도 딱딱하게 발기했다. 하지만 넘치는 의욕에 비해서 재환의 체력은 택운의 체력보다 약했고 결국 네 번째부터는 가만히 늘어져서 택운의 움직임을 받아내며 신음을 내지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택운은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는 동안 쟈니와 요니를 데리고 집 앞으로 산책을 나섰다. 쟈니와 요니는 택운이 산책용 목줄을 꺼내오는 순간부터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택운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귀여운 것에는 사족을 못 썼고 결국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재환을 애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재환이 키운 쟈니와 요니는 택운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강아지들이다. 택운은 재환이 부탁하지 않아도 쟈니와 요니를 살뜰히 챙겼다. 재환의 집에서 밤을 보낸 다음 날 밤새 재환과 떨어져 있느라 쓸쓸해하는 쟈니와 요니를 산책시키는 것은 이제 공식처럼 굳어진 행동이었다.
바로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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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운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재환을 만난 뒤로 매일매일이 특별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특별한 날이다. 바로 재환의 친구들을 소개 받기로 한 것이다.
재환은 이번에 제대한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다같이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어디서 볼까 카톡으로 신이 나게 떠들던 중, 재환이 혼자 사는 것을 떠올린 친구들은 재환의 집에서 거나하게 환영파티를 열기로 했다. 집에서 해먹으면 같은 가격으로 식당에서보다 훨씬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주 금요일은 못 볼 거 같아요."
"그래? 아쉽네."
금요일에 데이트를 하고 같이 밤을 보내는 것은 암묵적인 일과였으므로 택운은 조금 서운함을 느꼈지만 제대한 친구 환영파티라는데 어쩌겠는가. 어린 애인을 두려면 이런 것도 감수해야지. 사실 재환도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는 거라 택운보다는 아쉬움이 덜했다. 재환은 택운의 눈치를 살살 보며 품에 안겨서 택운의 가슴팍에서 손가락을 꼬물댔다.
"한 번 더 하자고?"
"아니... 형, 그 날 잠깐 들러서 밥 먹고 갈래요?"
"친구들이랑 먹는 거 아니야?"
"친구들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기도 하구..."
"진짜?"
택운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자신은 직장인이고 재환은 아직 대학생인터라 재환이 부담스러울까봐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소개를 못 시켜줬는데 먼저 친구들에게 소개해준다니 기뻤다. 그래서 오늘, 택운은 양 손에 자신이 먹지 않을 술과 숙취음료, 안주로 먹을만한 주전부리를 사들고 재환의 집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형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진짜 잘생기셨다!"
눈꼬리가 아래로 쳐졌음에도 꽤 카리스마 있게 생긴 남자가 택운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여왔다. 택운은 얘기 많이 들었다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낯 가리는 것조차 잊은 채 마주 인사했다.
"응, 고마워. 이름이 뭐야?"
"김원식이요."
원식은 택운의 짐을 뺏어 들고 버너로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 재환에게 가져다 줬다. 재환은 열기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예쁘게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에 택운을 앉혔다.
"형은 밥만 먹고 갈거야. 오늘 주인공은 이홍빈이니까!"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 안녕."
갓 제대한 것치고는 꽤 길지만 그래도 민간인에 비해 짧은 머리카락이 귀엽지만 얼굴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군대에서 타지도 않은 것인지 흰 피부와 부리부리한 큰 눈, 적당히 높은 코, 앙다문 입술과 날렵한 턱선까지. 거리에서 마주치면 뒤를 돌아볼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다. 택운이 홍빈의 눈에서 묘한 경계심을 읽어내려는 찰나, 홍빈이 얼굴을 구겨가며 활짝 웃었다.
"한 잔 받으세요, 형님."
"그래."
"야아! 공복에 벌써 술부터 먹으면 어떡해! 한상혁, 가서 밥 퍼와."
"옙! 안녕하세요 형님, 한상혁입니다."
택운은 홍빈이 따라주는 술을 내려놓고 홍빈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재환이 다같이 건배해야 한다며 찡찡거리자 모두에게 잔이 돌아갔다. 이홍빈의 군바리 탈출을 축하하며, 건배!
모두 기분좋게 한 잔씩 걸치고 잘 익은 고기를 흡입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재환은 재수생이고 원식과 홍빈은 제 나이에 왔으며 상혁은 그냥 학교를 한 살 더 빠르게 들어왔다. 네 명은 나이가 다른데도 친구처럼 친했다. 택운은 처음에 홍빈에게서 느꼈던 묘한 기류를 기억 저 편으로 내던졌다. 홍빈은 싹싹했고 가끔가다 짓궂게 재환을 놀리긴 했지만 착해 보였다.
침실에 갇혀 있던 쟈니와 요니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듣고 방문을 박박 긁었다. 끼잉끼잉거리는 소리가 나자 모두의 시선이 방문으로 쏠렸다.
"데리고 나와요, 불쌍하게."
"뭐 주워먹고 탈 나면 어떡해."
"다 상 위로 올리면 되잖아요."
바닥에 둔 빈 접시와 음식물을 한 바탕 정리한 후에 방문을 열었다. 쟈니와 요니는 쏜살같이 튀어나와 낑낑대며 사람들에게 치댔다. 짧은 꼬리를 빠르게 흔들어대며 안아달라고, 쓰다듬어달라고 애교를 부리자 기분 좋게 술까지 마신 원식은 쟈니와 요니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했다.
"어휴, 귀여워. 못 본 사이에 더 귀여워졌나봐."
쟈니는 원식의 품에서 빠져나와 택운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택운의 손가락을 깨물고 핥았다. 택운은 피식 웃으며 양 손으로 쟈니를 쓰다듬어주었다. 재환은 택운의 다리사이로 손을 뻗어 같이 쟈니를 쓰다듬었다. 쟈니가 기분이 좋은지 배를 까고 앓는 소리를 냈다. 홍빈과 원식, 상혁의 사이에서 애교를 부리던 요니마저도 택운과 재환에게 가고 싶어하자 상혁이 툴툴거렸다.
"확실히 키워준 엄마아빠를 알아보네."
"뭐야, 엄마아빠라니~"
"왜. 택운이 형님이 선물해서 형이 키우니까 엄마아빠 맞, 읍!"
"...뭐?"
"하하하, 아니에요. 홍빈이 녀석이 뭘 착각했나 봐요 형님."
원식과 상혁이 급히 홍빈의 입을 가리고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택운이 재환을 바라보자 재환은 어쩔줄 몰라하며 시선을 피한다. 택운과 재환이 사귄 기간은 이제 6개월이 조금 안됐다. 재환이 쟈니와 요니를 키우기 시작한 건 택운을 만나기 훨씬 전인 2년 전이다. ....그러니까 쟈니와 요니를 선물한 게 전남친이라 이거지?
"...그래서 이름이 쟈니였구나."
택운의 말에 재환의 어깨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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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재밌게 보내라고 택운이 일어서자 안절부절 못하던 재환이 얼른 택운을 따라 나섰다. 재환은 택운에게 쟈니와 요니는 아는 사람 통해서 분양 받은 것이라고만 했었다. 아니, 솔직히 말 못한 것도 이해가 간다. 어떻게 지금 사귀는 사람에게 내가 이렇게 이뻐하는 강아지들은 사실 전남친이 선물한 강아지들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재환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 가는 택운의 옆에 찰싹 따라 붙어 택운의 옷자락만 꼭 쥐었다. 버스 정류장엔 다행히 사람이 없었고 택운은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쟈니는 너 이름에서 딴 거야?"
"응..."
"요니는 전남친 이름에서 딴 거고?"
"...응."
택운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털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쟈니와 요니에겐 잘못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껏 예뻐하고 정성을 쏟았던 것이 미치도록 후회가 되는 것이다. 마치 입양해서 예쁘게 키우던 자식이 알고 보니 아내가 결혼 전에 낳았던 혼외자식인 걸 알게 된, 그런 막장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
"형아, 사실 얘기하려고도 했었는데에... 진짜 이젠 상관없는 사람이고, 쟈니랑 요니는 그 사람이랑 상관없이 내 가족이니까 말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아서 말 못 했어요. 미안해요."
재환은 택운의 옆에 앉아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대왔다. 소주냄새 사이로 달콤한 살냄새가 났다. 재환은 택운에게 꼭 붙어서 가만히 택운의 대답을 기다렸고 택운은 재환에게 화를 내지도 화를 삭이지도 못한 채 버스 두 대를 그냥 보냈다.
"에취! 엥취!"
"들어가, 감기 걸릴라."
"싫어. 같이 있을래."
택운은 자신의 어깨에 기대는 재환의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형아 화 다 풀렸어. 그러니까 이제 들어가."
"징쨔? 진짜 화 다 풀렸어?"
"그래, 진짜로."
"정말? 믿어도 돼?"
"믿어."
"그럼 뽀뽀! 화 풀렸으니까 뽀뽀해죠!"
재환이 눈을 감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재환의 입술에 꾹 입술을 맞대는 순간 택운은 정말로 화가 다 풀려 버리고 말았다. 젠장, 화도 맘대로 못 내겠네. 택운은 밤바람에 차게 식은 재환의 몸을 품에 안으며 입술을 더 깊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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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 가."
"저리 가래도."
"씁, 요니 혼날래!"
하지만 그 후로 택운은 요니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언젠가 재환에게 물었다. 왜 하얀 애가 쟈니고 까만 애가 요니야? 재환은 택운이 그런 것을 물을 정도로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고 여겼는지 정말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학연이 형이 까맣고 내가 하야니까!'
'...이름이 학연이야?'
'헉.'
나는 정말 멍쩡이인가봐 징징대는 재환을 끌어안고 토닥이며 택운은 한숨을 쉬었다.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 놈의 이름과 그 놈의 피부색. 그 놈이 개를 선물했으니 나는 고양이라도 선물해야 하나. 택운은 품에 앵겨오는 쟈니를 배에 올리고 요니를 팔이 닿는 저 멀리까지 밀어냈다. 넌 미워. 어쩔 수 없어. 속이 좁은 형을 용서하지 마.
동물들은 눈치가 아주 빨라서 자길 예뻐하는 사람을 잘 안다. 하지만 개들은 멍청해서 한 번 줬던 애정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요니는 자길 예뻐하던 택운이 자기를 밀어내고 쟈니와 티가 나게 차별해도 여전히 택운을 따랐다. 하지만 택운은 스스로도 인정한대로 속이 좁아서 요니를 전처럼 예뻐하지 못했다.
"형아가 지금 쟈니랑 놀아주잖아. 요니는 저기 가서 놀아."
쟈니만 예뻐하며 요니를 저 멀리로 밀어내기는 부지기수고,
"자, 물어와!"
공을 세게 던저 아주 멀리까지 보낸 후 물어오라고 시키는 게 놀아주는 것의 다였고,
"요니 너 형아 귀찮게 하면 혼나!"
특히 요니가 재환에게 엉겨붙는 꼴을 못봤다. 택운의 호통에 낑낑거리는 요니를 보며 참았던 서러움이 폭발한 재환이 눈물을 터트렸다.
"형 미워! 우리 요니 괴롭히지 마! 요니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재환은 택운의 앞에서 눈치를 보던 요니를 안고 침실로 뛰어들어갔다. 쾅! 하고 닫히는 문을 보며 택운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요니를 보면 화가 나는 걸 어떡해. 이름도 하필 그 놈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요니가 전남친의 분신처럼 느껴져서 예전처럼 귀여워보이질 않는다.
택운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엎드려서 훌쩍거리는 재환의 옆에 앉았다. 요니는 재환이 저를 괴롭히는 택운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줄도 모르고 낑낑거리며 재환의 눈물 젖은 얼굴을 핥아 재환을 위로했다. 택운은 재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사과했다. 재환이 우는 것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잘못했네. 재환이가 얼마나 쟈니랑 요니를 아끼는 걸 알면서.
"형이 잘못했어. 미안해."
"...쟈니랑 요니는 내 가족이야. 혼자있을 때 얘네가 얼마나 날 위로해주는지 형은 모르잖아."
"미안해. 형이 속이 좁았어."
열린 방문틈 사이로 쟈니가 들어와 택운의 발치에서 낑낑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올려달라고 떼를 썼다. 택운은 한 손으로 쟈니를 들어올려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까맣고 하얀 포메라니안 두 마리가 우는 재환의 곁을 맴돌며 자신들의 주인을 위로했다.
재환은 외로움을 많이 탔다. 사람을 좋아하고 복작거리는 분위기를 즐겼다. 그런 성격에 혼자 하는 자취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아직은 썸남의 지위에 머물었던 택운이 물었을 때 재환은 자신은 쟈니와 요니 덕분에 사는 거라며 택운에게 폰 카메라로 잔뜩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혼자 살기는 꽤 넓은 집. 가족들과 떨어져 몇 년째 이어온 타지생활. 아마 그 학연이라는 전남친도 혼자 자는 것을 겁내는 재환을 위해서 이 애교 많은 강아지들을 선물한 거겠지.
"미안해, 재환아. 진짜 형이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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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택운은 정말 요니에게 다시 잘했다. 어차피 과거는 바꿀 수 없는 노릇이고, 전남친이 강아지를 선물한 의도를 깨닫게 되자 더는 심술을 부릴 수도 없었다. 택운을 만나기 전부터 쟈니와 요니는 재환에게 전남친이 준 선물이 아닌 가족이 되어버렸는데 뭘 어쩌겠는가. 택운이 받아들일 수밖에.
재환은 한동안 택운이 정말로 요니에게 잘하는지를 가자미 눈으로 지켜본 후에 택운을 용서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이건 내 동생을 괴롭힌 거나 똑같애! 호통을 치는 재환의 앞에서 택운은 뇌물로 사온 애견용 유기농 치즈 케이크를 요니에게 진상했다. 크기도 작은 게 더럽게도 비쌌다. 그래도 이걸로 재환의 화가 풀린다면야 싼 값이지.
택운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며 택운이 그렇게 속 좁은 남자인 줄 몰랐다고 재환이 툴툴 거릴 때면 진땀을 뺐다. 재환아, 제발 잊어주면 안되겠니?
딩동-
토요일 오후, 햇볕이 잘 드는 거실, 깨끗하게 빤 러그 위에 누워 서로를 끌어안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난데없는 벨소리가 울렸다. 택운은 몸을 일으키며 재환을 내려봤다. 눈가에 졸음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조차 예뻤다. 그 사랑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얼굴에 키스를 퍼붓다가 다시 울리는 벨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택배 올 거 있었어?"
"아니? 시킨 거 없는데. 엄마가 반찬 보냈나?"
택운이 문을 열기 위해 현관 울타리를 넘어 가자 재환도 몸을 일으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삑- 디리릭- 전자음이 들리고 오토락이 열리자 바깥 쪽에서 먼저 문을 활짝 연다. 그리고 내밀어지는 고급 애완용 간식 박스. 박스를 들고 있는 사람은 택배 기사가 아니었다. 데이트라도 가는 듯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검은 피부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잘 생긴 남자. 택운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설마 이 남자는... 남자는 택운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벙쪄서 아무런 행동도 못하는 택운을 밀어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쟈니, 요니 어딨니! 아빠 왔다!"
"학연이 형?!"
"재환아, 형 귀국했어! 이제 계속 한국에 있을 거야!"
학연은 익숙하게 울타리 안으로 박스를 내려놓고 타닥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쟈니와 요니를 안아 들었다. 재환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택운은 밀려오는 두통에 욱씬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고양이를 선물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