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켄] 너는 펫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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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오늘 책 나왔다?"
"나비 아니고 라비."
"나비도 어감 괜찮지 않아?"
책이 나왔다. 200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잡지 한 권이 나오면 재환은 매우 들뜬다. 앞에 목차가 있는 페이지의 바로 편집장 아래, 재환의 이름이 있다. 재환은 뿌듯하게 웃었다. 표지에 넣은 건물을 따라 흐르는 듯한 엠보싱 효과를 주느라 고생 좀 했다. 그래도 고생한 티가 나도록 너무 예쁘다. 부록도 너무 예쁘게 나왔다. 재환의 책장에는 5년이 넘도록 만든 잡지들과 단행본들이 꽉 차 있다. 이정도 경력이면 어디든 갈 수 있겠지 싶지만 요새 출판 시장이 불황이라 꼭 그런 것 만도 아닐 것이다. 휴. 먹고 살 수는 있겠지? 불안한 생각을 하다가 재환은 원식을 보고 웃었다.
"일찍 끝났는데 영화나 보고 올까?"
"좋아. 나 마담 뺑덕 보고 싶어."
"밝히기는."
"건강한 20대라면 당연한 거지."
"그래, 어린 게 벼슬이지."
[랍켄] 너는 펫 (下)
우르릉쾅쾅, 원식은 눈을 반짝 떴다. 핸드폰 화면을 켜니 새벽 4시 반이 조금 넘었다. 무슨 이런 신새벽에 천둥이 쳐. 잠시간 눈을 뜨고 있는 채로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번개도 치네. 원식은 이불 속에서 빠져나왔다. 마감이 끝나면 원식은 재환이 편하게 숙면할 수 있도록 마루에 나와서 자곤 한다. 마감 때는 원식의 코 고는 소리가 오히려 적당히 신경을 거슬리게 해서 깊게 못 자고 금방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나 뭐라나. 마감 때 재환이 신경질적인 것은 분명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이기도 할 것이다. 원식은 방으로 들어갔다. 맨발이 바닥에 달라붙어 척척 소리를 낸다. 이제는 보일러를 틀지 않으면 바닥이 꽤나 차갑다. 추위를 많이 타서 벌써 꺼내놓은 두꺼운 이불의 중간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몸을 말고 있는 듯하다. 원식은 풀썩거려서 찬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이불 한 쪽을 조심히 들어서 이불을 덮고 누웠다. 그리고 꾸물꾸물 더 재환쪽으로 몸을 붙였다. 작게 말고 있는 등. 어깨도 넓은 편인데 무서워서 그러는지 잔뜩 웅크리고 있다. 원식은 망설임 없이 그 등을 끌어안았다. 작게 떨고 있다.
"무서웠어요? 괜찮아."
원식은 한 팔을 재환의 머리 아래 넣어 팔베개를 해주고 나머지 한 팔로 재환을 완전히 감싸 안아서 자신의 가슴팍에 재환의 등이 빈 틈없이 밀착하게 했다. 그리고 아플 정도로 꽉 말아 쥔 재환의 주먹을 감싸듯 잡았다. 꽉 다물린 주먹을 슬슬 어루만져서 힘을 풀게해서 깍지를 낀다. 원식은 재환과 달리 천둥번개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를 두려워하는 재환이 완전히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환이 이렇게 떠는 것은 싫었다. 나 없었을 때는 어떻게 했어? 혼자 무서워 했어? 장마 기간에 자다가 깼을 때 재환이 침대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것을 떠올리면 원식은 아찔해진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이가 부딪칠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원식은 깍지를 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재환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재환의 얼굴이 붉어진 것도 모르고.
"...그렇게 안 붙어도 돼."
"내가 붙고 싶어서 그래요."
"...그럼 봐줄게."
"응. 고마워."
"...말 계속해봐. 너 목소리 좋아."
"알겠어."
음, 무슨 얘기할까. 고민하던 원식은 천천히 자신의 고등학교 때 이야기를 했다. 원식은 중학교 때부터 댄스 학원을 다니며 스트리트 댄스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중학교 때 워낙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혹은 주변 친구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선생님들께 쿠사리를 먹었던지라 고등학교는 실업계를 갔다. 몇날며칠을 부모님과 싸우고 겨우 간 학교는 지하철 타는 것만 40분이 걸렸다. 그래도 재밌었다. 춤으로 먹고 살겠다는 같은 꿈을 꾸는 반 아이들과 매 쉬는 시간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떠들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원식은 즐거운 이야기만 재환에게 말해주었다. 아마 반 년이 다 되는 시간동안 재환도 원식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강 알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원식이 먼저 자신의 얘기를 해주는 것은 처음이다. 원식은 엄지 손가락으로 재환의 손날부분을 살살 문지르며 나즈막히 말을 이어나갔다. 맞닿은 몸에서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약간은 어긋나게 울린다. 쿠쿵, 쿠쿵. 뒷 목에 닿는 원식의 숨결이 간지럽다.
"아, 내 목소리 너무 낮아서 좀 그렇지 않아요?"
"낮은게 왜?"
"천둥소리랑 비슷할까봐."
"그 정도는 아니거든?"
"난 천둥소리가 낮아서 베이스 기타 소리처럼 들리던데."
"난 그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싫은 거야."
"오, 역시 글 쓰는 사람다운 표현이네."
"라비, 지금 주인님 놀려?"
"아냐, 진짠데."
원식은 심통이 난 듯한 재환의 목소리에 푸흐흐 웃으며 다리 한 쪽을 들어 재환의 다리에 턱 올렸다. 재환은 내리라고 엉덩이를 대강 흔들었다. 원식은 얼른 다리를 내리고 허리를 뒤로 뺐다. 잘못하다간 파렴치한으로 몰려서 뺨을 맞을 뻔했다. 원식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 목소리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천둥이 덜 무섭지 않을까 해서요."
"...나 이러는 거 귀찮아?"
"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 없을 때 걱정되니까."
"니가 맨날 같이 있어주면 되지."
심장이 저릿하게 조이는 기분. 원식은 벌겋게 물드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괜히 천장을 올려보며 숨을 깊게 내쉬었다. 평상시엔 입도 거친 남자가 이렇게 불시에 애교 폭탄을 날린다. 강한 한 방. 깨끗한 크리티컬 힛. 재환이 몸을 꼼질거리면서 돌아 누웠다. 원식의 입술에 재환의 이마가 닿을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는 자세라 원식은 침을 꼴깍 삼켰다. 소리가 너무 크게 나는 바람에 재환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목 말라?"
그럴리가. 그냥 너무 가까워서 긴장하니까 그러지.
원식은 말 없이 고개만 도리질치고 재환의 등을 받치듯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재환은 완전히 잠이 깬 것처럼 원식에게 놀아달라고 하더니 정작 원식이 등을 쓸어주자 5분도 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허공을 울리는 규칙적인 작은 숨소리가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원식은 가만히 재환의 얼굴을 보다가 잠들었다. 꿈에서는 재환이 부드럽게 입맞춰 주었다.
원식은 atm을 나오며 통장에 찍힌 숫자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잔액은 약 300만원. 원식은 현재 옆 동네 댄스 학원에서 오후에 학생들을 봐주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 한 달에 백 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이었지만 꾸준히 모으니 통장 잔고가 그럭저럭 뿌듯하게 쌓였다. 원식은 오늘 집에서 고기라도 구워 먹어야겠다 싶어서 집 앞의 정육점에 들렀다. 이쯤되면 사람이 염치라는 게 있으니 매 월 얼마씩이라도 집세를 내야하지 않나 싶었지만 재환은 돈의 ㄷ자만 꺼내도 인상을 찌푸리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주인, 나 그래도 알바도 하는데..."
"쓰읍!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다쳐."
"......"
재환은 원식을 세면대에 앉혀놓고 면도를 해줬다. 그런 건 어디서 사는 것인지, 그냥 수동 면도기도 아니고 접이식 나이프처럼 생긴 제대로 된 구식 면도기다. 재환은 원식의 얼굴 반을 쉐이빙 크림으로 덮고 사각사각 조심히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눈을 아무리 내리깔고 있어도 재환이 자신의 얼굴에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재환은 너무도 자신을 설레게 한다. 빠져버릴 수 밖에 없게. 사실 면도하다가 상처나는 것따윈 두렵지도 않다. 그냥, 재환이 자신을 펫 이외의 존재로는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것인가하는 걱정이 들 뿐이다. 원식은 실컷 고기 파티를 하자는 생각에 삼겹살과 목살을 섞어서 두 근 반을 사고 채소와 과일, 맥주도 잔뜩 사서 두 손 가득 들고 들어왔다. 깻잎과 상추를 씻으며 원식은 시계를 봤다. 아직 마감 들어갈 때도 아니니 재환은 7시쯤이면 들어올 것이다. 쌈장을 덜고 기름장을 만들고 고기를 구울 준비를 마져놓고 원식은 가볍게 마루로 가서 맨손 운동을 시작했다. 재환이 오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지. 원식은 마루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버너를 올려놓고 고기상도 다 차려놓고 하얀 쌀밥도 새로 지어놨는데 재환이 평소 귀가시간보다 늦자 심심해졌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차려놓는 것은 재환에게 칭찬 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치여가면서 집에 도착한 재환이 "우리 라비 착하네."하며 지친 얼굴을 지우고 위로 받았다는 듯이 웃어줄 때 원식은 자신이 재환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기뻤다. 원식은 티비를 키려다가 상을 보고 뭔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 쌈무! 주인은 쌈무 좋아하는데."
원식은 얼른 지갑을 들고 후드를 챙겨 입었다. 기껏 다 준비해 놓고 쌈무를 안 사오다니,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이다. 원식은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래층 복도에서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아, 선 안 본 다니까."
"엄마들 주도로 만나면 그게 선이지 소개팅이야?"
"됐어, 난 평생 혼자 살 거라니까요."
"형수님들 다 임신 중인데 왜 꼭 내 애가 보고 싶은 건데. 그리고 만에 하나 결혼해도 애 안 낳을 거거든요?"
"...몰라. 나 불효자인 거 이제 알았어? 용돈 보냈으니까 통장이나 확인해요."
"내가 이렇게 주는 것도 결혼하면 땡이야. 결혼해서 좋을 거 없는데 왜 계속 하라는 건데."
"하아... 알겠어. 다 내가 못된 놈이야. 그니까 이만 끊어요."
"어. 감기 조심하구."
한숨 소리가 빈 공간을 채운다. 뚜벅뚜벅 계단을 오르는 구두소리가 들리고 땡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원식은 닫히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놀란 재환의 눈을 보며 복잡한 마음으로 웃어 주었다.
치이익, 고기 굽는 소리만이 거실을 울린다. 원식은 묵묵히 고기를 구울 뿐,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재환 역시 손 옆의 거스러미만 뜯으며 원식의 눈치를 살폈다. 원식은 다 구워진 고기를 기름을 흡수하라고 키친타올을 깔아둔 접시 위에 가지런히 쌓아 놓으며 재환에게 고기를 권했다.
"이제 먹어요."
"다 구워지면 너랑 같이 먹을래."
"나도 구우면서 먹을 거니까 괜찮아. 먹어요."
재환은 깻잎에 쌈무 한 장을 얹고 고기 두점을 넣어 쌈장을 살짝 발라 야무지게 쌈을 싸서 원식의 입가에 가져갔다.
"짠. 아해봐."
"...아."
"오구오구, 잘 먹는다."
재환은 방긋 웃으며 입 안 가득 쌈을 문 원식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원식도 상추에 남은 물기를 털어 쌈무를 깔고 잘 익은 살코기 두 점을 기름장에 찍어서 깔끔하게 쌈을 쌌다.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줄 것을 예상하고 오동통한 입술을 벌려 아아~ 소리를 내는 재환이 괘씸해서 원식은 입 안에 있던 음식을 얼른 삼키고 제 입으로 넣었다.
"뭐야, 나는 너 줬는데."
"...주인."
"응?"
"나 나갈래요. 펫 졸업."
"뭐?"
재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원식은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손을 들어 표시하고 입 안의 고기를 빠르게 씹어 넘겼다.
"펫이랑 사귈 수는 없잖아. 나 이제 펫 안 하고 애인할래요."
머쓱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원식은 집게로 고기를 타지 않게 뒤집고서 붉어진 뺨을 두 손으로 거칠게 문질렀다.
"미안. 사실 절대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통화하는 걸 들어버려서. 마음이 급해졌나봐요. 선 보라는 전화였잖아요."
"들었으면 알잖아. 나 선 안 볼 거야."
"애인이어야 당당하게 선 보지 말라고 말하지."
원식은 울상을 지은 채로 고개를 숙이는 재환을 보며 당황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커다란 두 손으로 재환의 양 볼을 조심히 감싸서 들어올린다.
"왜요, 나랑 애인하기 싫어서 그래요? 나 싫어? 그냥 계속 펫으로 있을까?"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데 긴 속눈썹에 물기가 어려있다. 원식은 조급해졌다. 왜 울려고 그러지. 아직은 뽀송한 눈가를 엄지손으로 문질러주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몸을 들썩이자 재환이 말문을 열었다.
"애인하려면... 꼭 나가야 돼? 계속 같이 살면 안돼? 난 이제 너 없으면 안 될 거 같은데..."
"!"
원식은 그대로 재환의 입술로 돌진했다. 아, 씹! 이빨에 입술 부딪쳤... 재환이 욕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입술을 부비고 혀를 섞었다. 원식의 힘을 못 이긴 재환의 몸이 뒤로 넘어가자 원식이 재환의 허리를 받쳐서 자기 몸쪽으로 당기며 가까이 밀착했다. 재환이 원식의 목을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들어 원식의 무릎 위로 올라탔다. 재환이 혀를 깊게 넣어 휘감으며 문지르자 뇌 속까지 열이 오른다. 손 끝으로 뒷목과 어깨를 쓸어내릴 때는 닿는 곳마다 몸에 불길이 이는 것 같다. 원식이 티 안으로 손을 넣어 맨 살을 만지자 재환이 원식의 손목을 잡았다. 아직 여기까진 아닌가? 입술을 떼고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자 재환이 침으로 번들거리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웃었다.
"고기 탄다. 버너 꺼."
그렇게 말하고는 원식의 손을 그대로 자신의 상체까지 넣었다. 원식은 재환의 돌발행동에 놀라 눈만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노출된 살결로 눈이 갔다. 팔에 밀려 올라간 옷자락 아래로 보이는 판판한 배는 햇볕을 본 적 없는 것처럼 하얗다. 툭 튀어나온 골반을 감싸는 드로즈 밴드가 야하다. 어떤 색의 팬티를 입고 있을까 상상하게 한다. 동그란 배꼽은 딱 재환답게 귀엽다. 시각 다음에는 촉각. 재환이 팔목을 잡고 방향을 조종하는 손바닥에 아주 단단하지도 말랑하지도 않은 납작한 가슴 근육이 느껴진다. 손에 힘을 줘서 살짝 주물러 본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딱딱하게 솟아있는 유두의 감촉에 숨을 삼켰다. 재환은 원식의 팔목을 움직여서 자신의 유두를 꾹꾹 눌렀다. 아아... 눈을 감으며 작게 신음하는 재환을 보고 원식은 남자는 짐승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대로 버너만 끈 채로 재환을 안아 들고 침대로 뛰었다. 원식은 만약 이때 자신의 달리기 속도를 잰다면 국가대표 단거리 달리기 선수보다 빠를 것이라고 자부한다. 만약 침대까지의 단거리 달리기 경주가 있다면 원식이 금메달을 딸 것이다. 재환의 부추김이 너무도 완벽한 어시스트를 해주어서 훌륭히 침대까지 골인할 수 있었다고 수상소감을 말해야겠지. 원식과 재환은 각자 침대 위에서 옷 빨리 벗기 대회에서 우승할 기세로 옷을 벗어던지며 맨 몸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두 개의 딱딱하고 뜨거운 중심이 비벼지면서 누구의 것이라 말할 수 없는 신음이 터져나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재환은 티켓에 적힌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나구역 1번 자리에 앉았다. 가와 나, 두 개의 구역으로 분리된 좌석은 왼쪽부터 번호를 세기 때문에 재환의 자리는 무대와 가장 가까운 첫번째 줄의 정중앙 자리. 어렵게 빼논 초대석이다. 재환은 공연장에 들어오기 전에 구매한 프로그램북을 펼쳤다. 국내 유명 연출가가 참여했다는 꽤 큰 투자가 들어온 이 댄스컬 공연에서 원식은 당당하게 오디션으로 자신의 자리를 따냈다. 선배라는 이름 하에 후배들을 착취하고 이에 반발한 원식과 원식의 친구를 크루에서 내쫓은 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댄스 크루 팀장들에게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새끼는 이번 공연에 배우는 커녕 스탭 오디션에서도 떨어졌다고 한다. 재환은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캐릭터 설명을 읽었다. 사진이 좀 못 나왔네. 이거보다 훨씬 더 잘생겼는데. 재환의 옆자리에 중년의 부부가 앉는다. 재환이 반사적으로 꾸벅 인사를 하자 부부는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
"혹시 가족 분이 출연하는 거에요?"
재환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애인이에요."
너는 펫 END